올초 일본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일본 공업생산의 특색'이란 제목으로 소형 인공위성 '마이도1호'에 대한 소개글이 실렸다. 8쪽을 할애해 인공위성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실었는데 "일본 제조업과 과학의 미래는 모노즈쿠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기업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다. 모노즈쿠리는 장인정신으로 혼신을 다해 최고 품질의 물건을 만드는 일본 제조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이 쏘아올린 수많은 인공위성들을 제치고 '마이도1호'가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와사키,미쓰비시중공업 등 대기업들이 제작했던 인공위성을 무명의 중소기업들이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2002년 직원 30명 안팎의 동오사카 금형 · 통신장비 업체 13개사가 모여 약 7년간의 노력 끝에 2009년 1월 크기 50㎤,무게 50㎏짜리 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NHK 등 현지 언론이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치켜세웠던 '마이도1호'의 성공은 침체돼 있던 일본 과학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강소기업들의 기술력에 오사카대 등 학계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같은 정부기관이 한데 모여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점이 주목을 받았다.

◆젊은이 모으려 시작한 도전

'마이도1호'를 제작한 오사카의 업체들처럼 작지만 기술력 강한 일본의 강소기업들은 일본이 14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게끔 만든 탄탄한 뿌리다.

장용석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원은 "평범한 학사 출신으로 시마즈제작소의 사원이던 다나카 고이치 씨가 2002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것도 1875년 창업해 오로지 창의적인 기술 개발에만 매진한 시마즈제작소의 기업 풍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쿄 인근 가마다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중소기업의 도시인 동오사카도 2000년 약 1만개에 달하던 업체 수가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엔 8000여개로 감소했다. 일본 고속철에 너트를 공급하는 하드록공업의 와카바야시 가쓰히코 사장은 "이름도 없는 회사 명함에다 기름투성이 일로는 미팅에도 나갈 수 없다며 젊은이들이 취직하러 오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동오사카의 중소기업들이 우주개발 공동조합을 만들어 인공위성을 만들겠다는 꿈을 키우게 된 배경이다. 조합원 가운데 하나인 다이니치전자의 히데오 스기모토 사장은 "일본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려 젊은이들의 마음을 되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의 열정은 대학과 정부를 움직였다. 오사카부립대의 대학원생 10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설계 작업을 도왔다. 위성 양쪽의 날개 작업엔 류고쿠대 교수들이 조언을 해줬다. 관측 장비를 개발한 가와사키 주니치로 오사카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우리는 우주에 관한한 문외한에 가까웠다"며 "10년도 안돼 우주정거장에 탑재하는 고감도 안테나를 개발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자금을 지원했다. 13개의 중소기업이 각각 100만엔을 내서 종잣돈을 마련하자,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NEDO)는 5년간 총 7억엔을 지원해주기로 결정했다.

◆노벨상의 뿌리 강소기업

'마이도1호'는 9개월간 우주를 유영하며 카메라를 이용해 번개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관측했다. 동오사카 중소기업이 일군 기적은 이후 여러가지를 바꿔 놨다. 산업계에선 '도미노 효과'가 나타났다. 동오사카 중소기업의 활약에 자극 받은 도쿄 가쓰시카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작년 초 조합을 만들어,도쿄대 등과 협력해 심해 1만m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잠수정 '에도코1호'를 만들었다. 네야가와의 강소기업들은 '메구루1호'라는 전기자동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동오사카의 중소기업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다이니치전자는 대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해오던 평범한 중소기업에서 이젠 당당히 자기 이름을 내걸고 간사이전력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동오사카 우주조합과 오사카대는 현재 '마이도2호' 제작을 준비 중이다. 오사카의 기계 부품 중소기업인 아오키의 아오키 도요히코 사장은 "앞으로는 범용성이 높은 위성을 개발해 일본 중소기업의 힘을 세계에서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사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