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다른 대학을 경영해주는 이색 사업이 등장한다. 자체 대학을 운영하는 기업이 경쟁 대학의 경영을 돕고,여기서 벌어들인 수익은 자기 대학을 키우는 데 투자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비용 절감에 탁월한 전문 기업이 국고 지원을 받으며 방만경영을 해온 대학들을 사업 기회로 본 것이다.

22일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교육서비스 기업인 BPP는 다른 대학에 부동산이나 소모성 자재,정보기술(IT) 등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칼 리고 BPP 최고경영자(CEO)는 "10개 이상 대학과 협의 중이며 이 중 3곳과는 조만간 비용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BPP는 △종합대학 △전문대 △직업교육학원 △학습기기 전문회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작년 7월엔 기업이 운영하는 종합대학으로는 영국에서 처음으로 정식 학위 인가를 받기도 했다.

계약이 체결되면 BPP는 경쟁 대학의 학사과정 운영을 제외한 경영지원 부문을 대신 운영해준다. 리고 CEO는 "영국 일부 대학들은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거나 부동산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채 높은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며 "대학들은 민간 전문가(BPP)를 통해 운영 비용을 25%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PP는 이 사업에서 나온 수익을 BPP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리고 CEO는 "내년부터 BPP 대학의 입학정원을 10배(현재 약 1000명)로 늘릴 것"이라며 "소규모 그룹 교육 방식을 도입하는 등 수업의 질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도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게 BPP의 설명이다. 영국 정부가 정한 2012학년도 등록금 상한선은 1년에 9000파운드(1570만원)다. 영국에선 정부가 대학 등록금을 대신 내주고 졸업생들은 연봉이 2만1000파운드 이상이 되는 시점부터 등록금을 갚는다.

BPP의 신사업 계획은 영국 정부가 대학끼리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사립대학을 장려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크리스 헌 바클레이즈은행 교육부문장은 "BPP는 대학 운영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재빨리 감지해 비즈니스 기회로 삼았다"며 "그러나 이 사업은 상대적으로 마진이 박하고 노하우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로저 브라운 리버풀호프대 고등교육정책 교수는 "BPP의 표면적 사업 명분은 대학 효율화이지만 결국 자사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학이 늘어나면서 등록금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AC 그레일링 버크벡대 교수는 최근 등록금이 1년에 1만8000파운드나 되는 초호화 사립대를 세우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