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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Z Insight] 효성, 타이어코드 '글로벌 톱' 질주…'녹색소재' 새 동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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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극적 M&A로 고성장
    亞시장 넘어 美ㆍ유럽 공략…공장 잇단 인수로 성장 탄력
    스판덱스도 세계 1위 굳혀

    차세대 먹을거리 키운다
    탄소섬유 투자 지속 확대…그린 신기술 개발도 박차

    효성이 1990년대 후반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일이다. 미국 타이어 메이커 B사에 제품을 공급했는데,원사가 끊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효성 울산공장 기술자들은 클레임을 받은 지 이틀 만에 미국으로 날아가 며칠간 밤을 지새우며 문제 해결에 매달렸다. 효성 직원들의 품질에 대한 집념은 미국 업체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문제가 생기면 효성 기술진은 이틀 안에 한국에서 날아왔다. 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미국 내 공급업체에서도 이틀 안에 오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정말 감동받았다. "

    10여년이 지난 지금,효성은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미국 업체 직원들을 감동시킨 그 열정과 집념이 정상 등극의 원동력이다. 2009년 7월 미래 비전 선포식인 '효성 웨이' 행사에서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이런 표현을 썼다.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칠 각오'로 노력할 때 세계 어떤 고객이라도 만족시킬 수 있고,그때 비로소 글로벌 톱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타이어코드 세계 1위

    타이어코드는 '한우물 경영'으로 불리는 효성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효성은 1990년대 후반부터 타이어코드를 미래 신사업으로 삼고,북미와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했다.

    타이어코드 성장의 밑거름은 적극적인 M&A(인수 · 합병) 전략이었다. 2002년 미국 버지니아주 스카츠빌에 있는 미쉐린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인디애나주 스카츠버그의 스틸코드 공장을 매입했다. 공장 인수와 함께 각각 7년(3억5000만달러),10년(6억5000만달러)짜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2006년 9월에는 굿이어로부터 미국과 유럽,남미 공장 4곳을 인수하고 32억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25% 수준이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대로 높아졌고,효성을 턱밑까지 추격했던 미국 PFI(옛 하니웰)를 따돌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기준 세계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효성이 차지한 비중은 40%를 웃돈다.

    타이어코드에 비해 뒤처져 있던 스틸코드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달 들어선 5년 전 타이어코드 공장 인수 때처럼 굿이어의 미국 및 유럽 지역 스틸코드 공장을 모두 인수했다. 동시에 18억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 일감도 따냈다. 지난해 말엔 일본 스미토모와 합작으로 중국과 태국에 스틸코드 제조법인을 세웠다.

    ◆유럽시장 뚫은 스판덱스와 중공업

    타이어코드와 함께 효성을 대표하는 '글로벌 넘버원' 제품은 스판덱스로,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1997년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뒤 효성이 눈을 돌린 곳은 세계 섬유산업의 메카인 이탈리아였다. 업계 선두였던 인비스타(옛 듀폰)가 독식하고 있던 이탈리아 시장에서 성공해야 다른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2000년부터 밀라노 지사를 중심으로 유통망을 구축하고,기술과 영업을 담당할 현지인들을 채용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 유럽 미주 등 주요 지역에는 생산기지를 만들었다. 올 하반기엔 브라질 산타카타리나주에 연산 1만t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이 가동에 들어간다.

    1975년 인수한 한영공업을 모태로 성장해온 중공업 부문도 지난해 영국 내셔널그리드와 3000억원 규모 프로젝트의 주공급자 계약을 맺으며,유럽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중동 카타르와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도 총 9기의 변전소 건립 프로젝트를 일괄 입찰 방식으로 수주하는 등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6년 8000억원에 불과했던 중공업 부문 매출은 지난해 1조7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위기가 곧 기회'

    효성 체질 강화의 전기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였다. 효성은 당시 신속하고 과감한 계열사 통합과 매각 등으로 국내 구조조정 성공 사례의 하나로 꼽혔다.

    나일론 섬유와 타이어코드에서 국내 1위였던 효성T&C(옛 동양나이론)와 폴리에스터 전문기업 효성생활산업(옛 동양폴리에스터),변압기 등 중전기 분야에서 국내 정상이던 효성중공업,종합상사 효성물산 등 4개사를 통합해 효성의 틀을 갖췄다. 매출과 자산 규모에서 그룹의 대표 기업이던 이들의 합병은 당시 시장에서 '그룹을 한 회사로 합친 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합병을 통해 각사의 경영지원 부문 등 중복 조직들을 통합,시너지와 슬림화의 효과를 동시에 이뤘다.

    또 '돈 되는 사업부터 판다'는 역(逆)발상으로 그룹 내에서 이익을 많이 내는 계열사로 꼽히던 효성바스프와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효성ABB를 모두 매각했다. 엔지니어링플라스틱과 인조대리석 등 비핵심 사업부도 팔아 재무구조를 탄탄히 했다.

    ◆탄소섬유 · 그린 비즈니스가 신성장 동력

    효성은 내년 말까지 2500억원을 투자해 25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효성의 대표적인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202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생산 규모를 연 1만7000t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과 미국 기업에 비해 출발은 늦었지만 스판덱스 등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지위를 강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산업소재 및 전자재료 사업도 관심을 모은다. LCD(액정표시장치)의 핵심 소재인 광학용 필름과 태양전지용 필름은 원재료 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9년 개발한 고강도 아라미드 섬유도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스마트그리드에서는 지난해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 전기차 충전 스테이션을 설치하고 국내 최초 전기차인 현대자동차의 '블루온'에 전기차 모터를 공급하는 등 녹색 비즈니스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스태콤,태양광 인버터,연료전지,전기차용 충전 시스템 등에서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탄소섬유와 녹색소재 분야에 미래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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