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로펌(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의 상당수가 영미계 외국 로펌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국내 변호사들은 소속 로펌의 운영 시스템이나 마케팅 기법에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응답했다. 초대형 글로벌 로펌들이 첨단 매니지먼트 기법을 앞세워 공략에 나설 경우 일순간에 조직이 와해되는 로펌이 나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5일부터 3일간 김앤장을 비롯해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율촌 등 6대 로펌 소속 113명 변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6%가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많은 변호사들이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형 로펌에서 이동하는 변호사들이 있을 것'이라는 응답도 31%에 달했으며,'별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23%에 불과했다. 독일 일본 등 먼저 빗장을 푼 해외 사례 등이 알려지면서 핵심 인재를 겨냥한 외국 로펌의 물량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6대 로펌의 변호사들은 소속 로펌의 운영 시스템이나 마케팅 기법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현행 시스템에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의견(51%)이 '크게 개선할 부분이 없다'는 견해(49%)보다 더 많았다. '불만 제로'인 로펌이 있는가 하면 10명에 9명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로펌도 있는 등 조직 운영 만족도에선 로펌 간 편차가 심했다.

또 국내 고객들의 국내 로펌에 대한 신뢰 정도를 나타내는 '로열티'가 낮을 것으로 대체로 예상됐지만 6대 로펌은 사정이 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응답자의 70%는 로열티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구사 능력은 개별 변호사들의 몸값을 결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어학에 자신있다'고 대답한 변호사는 31%,'어학공부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47%였다. 어학에 자신이 없어 공부해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답변은 18%가 나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