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회복세가 둔화하면서 더블딥(double dip)과 소프트패치(soft patch)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더블딥과 소프트패치는 둘 다 경기 악화 국면을 나타내는 말이다. 경기 둔화폭이 커 침체에 빠지면 더블딥,완만하게 하락하는 연착륙으로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면 소프트패치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더블딥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1980년대 초반 더블딥을 겪었다. 미국 GDP는 2차 오일쇼크의 여파로 1980년 2분기(-7.9%)와 3분기(-0.7%) 연속으로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미국 경제는 1980년 4분기와 1981년 1분기 각각 7.6%와 8.6% 성장해 충격에서 벗어나는 듯했지만 그해 4분기와 1982년 1분기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당시 미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는 'W'자 형태가 된다.

반면 소프트패치는 경기 둔화 현상이 나타나지만 플러스 성장률은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에서는 2000년대 초반 소프트패치가 있었다. 미국 GDP 증가율은 2002년 1분기 3.5%를 정점으로 2분기 2.1%,3분기 2.0%로 계속 하락했다. 하지만 2002년 4분기 0.1%에서 바닥을 치고 2003년 1분기 1.6%,2분기 3.2%로 높아졌다.

지금까지는 미국의 경기 둔화가 일시적 현상에 그친 뒤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소프트패치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3.1%에서 올해 1분기 1.8%로 급격히 낮아졌지만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질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의 재고율과 공장 가동률 등 주요 산업생산 지표는 1980년대 초반 더블딥보다 2000년대 초반 소프트패치와 비슷한 모습"이라며 "미국 성장률이 3분기부터 3%대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등 일부 지표는 더블딥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악화돼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9.1%로 1982년 11월(10.8%) 수준에 근접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