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16일 '금융감독원 현장검사관행 개선 · 운영'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에 강압적으로 했던 검사 방식을 개선했다는 내용이었다. 우선 검찰 · 경찰 등 수사기관처럼 피조사자의 권리를 알려주는 '미란다 원칙'을 도입했다. 조사 전에 피조사자에게 방어권과 이의신청절차 등에 대해 설명하고,이를 충분히 이해했다는 서명을 받는다. 또 경찰서 취조실 같던 기존 검사장 대신 회의 탁자가 있는 면담실을 따로 만들었다.

면담할 때는 피조사자가 준법감시인 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전날 미리 조사할 예정임을 알려주는 '면담 예고제'도 실시한다. 금감원이 필요할 때 불쑥 전화로 불러내 업무에 지장을 주던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개선방안을 지난 15일 시작된 삼성생명 종합검사부터 적용했다.

금감원이 이번에 개선한 조사관행은 한국경제신문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항들이다. 2010년 4월14일자 '무서운 금감원…검찰도 못하는 몰래 녹음까지',지난 2월7일자 '금감원,기업인 심문 · 녹취 권한 없다',2월9일자 '해명보다 반성 필요한 금감원' 등 제하 기사에서 미란다원칙이나 변호사 조력권을 무시하고 어두컴컴한 방에서 면담하는 강압적인 조사관행을 지적했다.

이번 개선방안에서는 문제가 제기된 내용이 상당 부분 고쳐졌다. 금감원은 보도자료에서 '환골탈태'라는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응은 '글쎄'다. 무엇보다도 금감원이 제시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피조사자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마땅치 않아서다. 보도자료에서는 애로 · 건의사항이 있으면 검사반에 '기탄없이' 이야기하라고 적시돼 있지만,서슬 퍼런 검사반에 '기탄없이' 의견을 밝힐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금감원에서는 부인하지만,업계에서는 사정기관들이 '고해성사'나 다름없는 변호사 자문자료까지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감원은 개선방안에서 불필요한 자료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아예 거부할 수 있는 자료 리스트를 명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업들은 금감원의 진정한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임도원 지식사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