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포럼] 헤지펀드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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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헤지펀드가 곧 선을 보일 모양이다. 금융위원회가 연내 제1호 헤지펀드 출범을 목표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최근 밝혔기 때문이다. 보통 헤지펀드 하면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조지 소로스의 파운드화 공격,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부정적 생각을 떠올린다. 헤지펀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온다. 물론 이런 사건에 헤지펀드가 관련돼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만약 대부분의 헤지펀드가 정말 그렇게 위험하고 공격적인 투기거래를 일삼는다면 지난 20년간 세계 헤지펀드 자산규모가 20배 이상 불어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반인들의 오해와는 달리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공격적 투자보다는 시장의 등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시장이 급등하면 펀드수익률이 지수상승률보다 낮지만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일정한 수익률을 올리도록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얘기다. 헤지펀드가 이런 식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투자대상에 제한이 없어 주가 상승뿐 아니라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는 소위 '양방향 투자'가 가능한 때문이다. 국내 헤지펀드 도입이 갖는 의미도 이런 점에서 찾아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그동안 사실상 단방향 투자만이 가능했다. 주가가 오르면 거의 모든 투자자가 돈을 벌고,반대면 모두가 돈을 잃는 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펀드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펀드에 가입을 하든,천수답식으로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도해야했다. 물론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공매도 등이 양방향 투자를 가능케 하지만 이런 투자상품은 아무래도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들이다.
헤지펀드 도입은 이처럼 '반쪽짜리'였던 국내 투자방식을 온전한 양방향 투자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주가하락시에도 수익을 낼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주식 이외에 외환 원자재 농산물 등 소위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 기회를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헤지펀드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펀드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금물이다. 금융위는 헤지펀드 투자 최소금액을 5억~10억원,재간접펀드는 1억~2억원에서 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지나치게 높은 장벽은 헤지펀드 도입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만큼 더 완화시킬 필요가 크다.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최소투자금액이나 레버리지 비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특정 펀드의 특성과 투자결과에 대한 설명 및 고지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투자자가 위험도와 예상수익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자손실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의사를 사전에 분명히 표시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식이다.
투자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투자는 무조건 위험하다'든지 '공매도가 주가급락의 주범'이라는 식의 아마추어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헤지펀드 도입은 하나마나다. 남들이 한다고 헤지펀드를 도입은 해 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펀드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 투자수단 자체를 금지하고 규제하기보다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다. 그저 주가가 급락했고 외국에서도 규제한다는 이유로 공매도를 제한하고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파생상품 규제를 신설하는 식으로는 결코 헤지펀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없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일반인들의 오해와는 달리 대부분의 헤지펀드는 공격적 투자보다는 시장의 등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시장이 급등하면 펀드수익률이 지수상승률보다 낮지만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일정한 수익률을 올리도록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얘기다. 헤지펀드가 이런 식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투자대상에 제한이 없어 주가 상승뿐 아니라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는 소위 '양방향 투자'가 가능한 때문이다. 국내 헤지펀드 도입이 갖는 의미도 이런 점에서 찾아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그동안 사실상 단방향 투자만이 가능했다. 주가가 오르면 거의 모든 투자자가 돈을 벌고,반대면 모두가 돈을 잃는 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펀드투자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펀드에 가입을 하든,천수답식으로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도해야했다. 물론 주가지수 선물과 옵션,공매도 등이 양방향 투자를 가능케 하지만 이런 투자상품은 아무래도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것들이다.
헤지펀드 도입은 이처럼 '반쪽짜리'였던 국내 투자방식을 온전한 양방향 투자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주가하락시에도 수익을 낼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주식 이외에 외환 원자재 농산물 등 소위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 기회를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헤지펀드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펀드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금물이다. 금융위는 헤지펀드 투자 최소금액을 5억~10억원,재간접펀드는 1억~2억원에서 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지나치게 높은 장벽은 헤지펀드 도입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만큼 더 완화시킬 필요가 크다.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최소투자금액이나 레버리지 비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특정 펀드의 특성과 투자결과에 대한 설명 및 고지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투자자가 위험도와 예상수익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자손실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의사를 사전에 분명히 표시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식이다.
투자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파생상품 투자는 무조건 위험하다'든지 '공매도가 주가급락의 주범'이라는 식의 아마추어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헤지펀드 도입은 하나마나다. 남들이 한다고 헤지펀드를 도입은 해 놓고 이런저런 이유로 펀드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 투자수단 자체를 금지하고 규제하기보다 공정한 룰을 만드는 것이다. 그저 주가가 급락했고 외국에서도 규제한다는 이유로 공매도를 제한하고 정치권에서 문제를 제기한다고 파생상품 규제를 신설하는 식으로는 결코 헤지펀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수 없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