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비리도 터져나온다. 산업계에서 깨끗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삼성그룹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부패가 너무도 커서 모조리 도둑놈(민나 도로보데스!)이라는 60년대의 개탄이 21세기 한국인의 삶을 절망과 좌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부패가 연고와 온정주의 문화로 대표되는 한국적 특수성에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혈연 지연 학연 등과 같은 부패 친화적인 사회 문화적 환경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에게 부패는 필연이요 유전적 특성이라는 말이 되고 만다.
그러나 서구의 많은 선진국들도 구조적 부패와 비리에 저항해왔고 이를 극복해왔다. 다행히도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는 1단계 경제발전과 2단계 민주화가 성취된 다음 단계에서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실제로 각종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일수록 부패가 심하고 선진국일수록 깨끗하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내놓은 부패인지지수와 국민소득의 관계를 보더라도 이는 명백하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이면 부패의 고리는 상당히 약화되기 시작한다. 경제 발전을 통해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도덕의식이 내재화되고 사회 투명성을 높여 나간다는 것이다. 결국 지속적인 경제 성장만이 성숙된 시민 사회를 담보하고 부패를 끊을 수 있는 사회구조를 창출해 낸다. 우리 사회가 최근 들어 극심한 부패 만연 현상을 보이는 것도 절대적인 부패의 정도가 심화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제는 우리가 작은 부패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단계로까지 성숙됐기 때문이라는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이중 혁명을 가장 단기간 내에 이뤄낸 비백인 비서구의 유일무이한 국가다. 이제는 구조적인 부패를 청산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부정 부패와 비리의 척결은 우리가 2만달러 벽을 깨고 충분히 성숙한 보다 높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 과제다. 구조적 부패는 낡은 전통사회적 특성의 연장선에 있다. 투명하고 자유로운 시장질서를 세우는 등 반부패 노력을 기울일 때다. 권위주의적인 정부 규제야말로 특권과 부패의 온상이라는 것은 명심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