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표 악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 추가로 양적완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3차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해야 할 정도로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경기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민간의 고용 창출이 당초 예상을 밑돌자 다소 신중한 경기관을 피력했다.

◆루비니 "주택시장 이미 더블딥"

루비니 교수는 11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 회복이 미약하고 주식시장이 10% 이상 빠지면 3차 양적완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3월18일 이후 처음으로 12,000선이 붕괴됐다. 주간 단위 6주 연속 하락으로 2002년 이후 가장 긴 약세장이다.

루비니 교수가 당장 현실성이 낮은 정책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부채한도 증액에 대한 여야 간 갈등으로 오바마 정부가 재정정책을 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정정책 없이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통화당국의 유동성 공급이다. 루비니 교수는 하반기 미국 경제 회복이 미약할 것으로 보는 요인으로 △고용시장 악화 △주택시장의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하락) △연방 및 주정부의 재정적자 등을 꼽았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경기불황이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았듯이 경기불황이 끝나는 것도 마찬가지로 하룻밤 사이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지표가 당초 예상을 밑돌자 국민의 기대심리를 낮추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14일 발표되는 미국 5월 소비 증가율이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망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가장 큰 리스크

미국 경기 불확실성과 함께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및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부각되면서 세계 경기 전망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경제성장세가 부진한 것과 관련,"이는 단순한 소프트 패치(경제성장기의 일시적 둔화)가 아니다"며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라고 경고했다. 필라델피아에 있는 글렌메드자산운용의 제이슨 프라이드 투자전략가도 "가장 큰 경기 하강 위험은 유럽의 재정위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회복을 주도하다시피 해온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중국의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9.4%로 예상치(20.4%)를 밑돌아 이 같은 우려를 키웠다. 게다가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계속 5%를 웃돌면 중국 당국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등 돈줄을 조여야 한다. 14일 발표되는 중국의 5월 소비 산업생산 투자 지표는 긴축 수위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루비니 교수는 중국이 2013년 이후 경착륙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