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호사가들의 입은 바빴다. 화제는 금실 좋다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부부의 이혼.고어 부부는 영화 '러브 스토리'의 실제 주인공으로 소문났었다. 고교생 때 만난 부잣집 엄친아 고어와 가난한 집 딸 티퍼가 고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던 까닭이다.

의견은 분분했다. 티퍼의 의부증 탓이다,고어의 동성애가 문제였다 등.결국 고어의 외도가 화를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순애보는 그렇게 사라졌다. 슈워제네거도 마찬가지.존 F 케네디의 조카인 슈라이버와 10년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혼외 자식을 둔 게 들통나 헤어졌다.

서태지와 이지아 역시 아무도 몰래 둘만의 결혼식을 올렸을 땐 세상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길지 않았고,급기야 돈을 둘러싼 소송을 벌이면서 그토록 감추고 싶어했던 결혼과 이혼 사실까지 만천하에 드러났다. 두 사람은 물론 애꿎게 이름이 오르내린 정우성의 가슴까지 시꺼멓게 됐을 게 뻔하다. '그래도 사랑한다'던 당시와 달리 헤어졌다는 걸 보면 그 역시 순애보는 무리였던 모양이다.

2004년 '벤처 여왕의 순애보'라고 대서특필됐던 이수영씨와 재미동포 정범진씨의 결혼이 구차한 이혼 소송으로 끝났다는 소식이다. 이씨는 결혼 전 펴낸 '나는 이기는 게임만 한다'에서 정씨와의 만남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텔레비전에서 본 사람/ 신문이 맺어 준 인연/ 메일 또 메일/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야 한다/ 청혼/ 사랑의 또 다른 이름,배려.' 그러나 소송 중 나왔다는 얘기들은 그 결혼에 순애보는커녕 눈꼽만한 사랑이라도 있었던 건지 의심하게 만든다.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2005년 찾아낸 몸속 사랑의 묘약이 지닌 효력은 1년,같은 해 KBS '사랑,900일간의 폭풍'에 드러난 사랑의 유효기간은 900일이다. 그렇다면 순애보는 정녕 없는 건가.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은 전신마비 남편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60세 이후까지 무대에 섰고, 루돌프 누레예프는 자기보다 열아홉 살이나 많은 마고를 바라보며 죽을 때까지 파트너이자 연인으로 돌봤다.

뿐이랴.강영우 미 백악관 국가장애인위원회 정책 차관보의 부인 석은옥씨는 대학 시절 맹아학교 중등부 1학년생이던 그를 만나 결혼한 뒤 지금까지 지팡이 역할을 하며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웠다. 순애보는 있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