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이틀 연속 급락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범(汎)현대가' 계열사들도 하이닉스 인수전 동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줄줄이 뒷걸음질쳤다.

현대중공업은 9일 1만6000원(3.43%) 하락한 45만원으로 거래를 마쳐 나흘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BNP파리바와 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창구로 매물이 대거 쏟아졌다. 회사 측은 이날 공시를 통해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뿐 아니라 현대차그룹과 현대상선 중심의 현대그룹까지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현대건설 때처럼 범 현대가가 옛 계열사였던 하이닉스를 되찾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전망에 현대차가 22만6500원으로 5000원(2.16%) 하락했고,현대상사(-1.99%) 현대상선(-1.84%) 현대엘리베이터(-4.04%) 등 범현대가 계열사들의 주가도 일제히 내렸다.

변정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상사를 잇달아 사들이는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나 재무적으로 부담이 있다"며 "부담을 덜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함께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매각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 불확실한 추측이 난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각자 인수에 나설 이유가 있어 보이지만 매각공고가 나고 후보 기업들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높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