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 판사를 향한 수백억원대 자산가 커리어우먼의 '순애보'가 거짓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500억원대 자산가 커리어우먼과 중증 장애인 남성의 사랑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수영 전 웹젠 사장과 미국 뉴욕시 판사 정범진 씨의 결혼이 결국 파경을 맞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박종택)는 지난 1일 정씨가 이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에서 "결혼 후 중증 장애인인 남편을 방치하는 등 결혼 파탄의 근본적이고 주된 책임이 이씨에게 있다"며 "부부는 이혼하고 이씨는 정씨에게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게임업체 '웹젠'설립자로,회사 코스닥 상장으로 수백억원대 평가차익을 얻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정씨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라는 시련을 겪었지만 장애를 딛고 1999년 미국 역사상 최연소 부장검사,2005년엔 뉴욕시 판사로 임명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이 결혼 7년 만에 파경을 맞자 "이씨가 소송 해결을 위해 정씨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이 교제할 당시 이씨는 회사 자금 횡령 및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고,웹젠 초기 투자자들이 이씨를 상대로 주식 인도 소송을 제기하던 때였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친분이 있는 검사들에게 도움을 부탁하고,재판을 직접 방청하는 등 도움을 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씨는 민 · 형사상 사건이 어느 정도 해결되자 이혼 얘기가 나오기 전 1년6개월간 정씨가 있는 미국을 5차례만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 가서도 남편 집이 아닌 호텔에만 머물렀다. 정씨는 "2004년 말에는 같이 외출했다가 술에 만취해 중증 장애인인 나를 추운 길에 내버려 둔 채 혼자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버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