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9일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63)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날 밤 늦게까지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검찰은 조만간 김 전 원장을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을 상대로 △금감원장 재직 당시 부산저축은행그룹 구명 활동을 했는지 △아시아신탁 주식을 차명보유하면서 금융당국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또 그룹이 특수목적법인(SPC)인 낙원주택건설의 임모 대표에게 로비자금 3억원을 준 정황을 포착,그룹이 SPC 사업 추진을 위해 공무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를 수사 중이다.

◆금감원장이 직접 로비스트로 뛰었나

검찰은 김 전 원장을 상대로 △2010년 2월 금감원 직원들에게 검사 중단 지시를 내려 그룹에 대비할 시간을 준 이유와 △4월 감사원장 접촉을 시도하며 감사원에 대해 검사에 관여했던 금감원 임직원의 징계 철회 요구 압력을 가한 이유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은 그룹 브로커 윤여성 씨(56 · 구속기소)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50 · 구속)을 통해 김 전 원장에게 청탁을 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또 김 전 원장이 부동산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시가 약 4억원)를 서울대 동문 명의로 차명보유하면서 2010년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그룹 유상증자에 참여시켰는지 여부와 아시아신탁 인가를 위해 금융당국에 청탁을 넣었는지를 추궁했다. 또 아시아신탁 설립 후 금감원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따져 물었다.

◆SPC에도 3억원 로비자금 척척 지급

검찰은 그룹의 SPC인 낙원주택건설 대표 임모씨에게 그룹이 공무원 로비용으로 3억원을 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낙원주택건설은 전남 순천시 왕지동 아파트 사업 시행사였다. 그룹은 이 사업과 관련, 낙원주택 등 3개 SPC에 약 550억원을 투자했다. 사업은 현재 중단된 상태다.

검찰은 임씨가 "인 · 허가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며 그룹에서 돈을 받아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낙원주택 외에도 다른 SPC 사업을 위해 그룹이 수억원대의 뇌물을 관계 곳곳에 뿌렸는지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검찰은 임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연호 그룹 회장(61 · 구속기소) 등 대주주 경영진들의 공판에서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염기창)는 이례적으로 피해자를 대표하는 김옥주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대주주가 실질 소유한 SPC에 4조원대 불법대출을 해준 혐의와 관련,부산저축은행 직원 등 3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고운/심성미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