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엘리트 관료들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이 부산저축은행의 박연호 회장 등으로부터 4000만원의 뇌물과 떡값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도 검찰 소환이 임박해 있다. 대검은 이들 외에도 전 · 현직 모피아 고위 인사들이 정기적으로 상납받았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최고의 경제 엘리트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갈 것이란 관측이 나도는 이유다.

뇌물이냐 떡값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공허한 얘기다. 모두가 본질적으로 집중된 권력과 규제 권한을 배경으로 파생되는 것이다. 뇌물과 떡값의 차이는 남이 하면 투기이고 내가 하면 투자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통상 소득에 대한 수뢰액의 크기를 따져 구속 여부가 갈린다는 것이지만, 소액이라도 반복적으로 받으면 처벌을 피하지 못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아예 받지 않는 것밖에는 달리 피해갈 방법이 없다. 임직원의 작은(?) 비리가 드러나 사장이 바로 사표를 제출한 삼성의 본보기도 그럴 것이다.

뇌물은 은밀한 거래인 만큼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제3자에 의한 소위 배달사고도 필연적이다. 준 사람은 수억원이나 수천만원을 건넸지만 받은 사람에겐 상품권 몇장 뿐인 것으로 판명되는 사례도 흔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10월 김용순 당시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평양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던 것을 놓고도 그런 관측이 제기됐을 정도다. DJ정부의 대북 뇌물액이 공식적으론 4억5000만달러였지만 실제론 8억달러로 큰 차이가 났던 것과 관련이 깊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엄중한 국가대사에서조차 배달사고는 터지게 마련이다. 항차 저축은행 사건에선 다반사일 것이다.

뇌물사건은 대체로 수사단계에서 검찰 기소,법원 판결로 넘어갈 때마다 액수가 줄어들기도 한다. 대부분 배달사고가 끼어든 결과라고 보면 된다. 사소한 인정이나 별 것 아니게 보이는 떡값도 주는 쪽에서는 거액으로 비밀장부에 쓴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모골이 송연할 것이다.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부풀린 기록을 남긴다. 그게 암거래의 특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