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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 투데이] 기업성장 막는 인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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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떻게 경쟁해야 하는지를 빠르게 배우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도 기업들의 성장세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인도 규제당국이다.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소유주나 경영진이 경영권에 대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인도 정부는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기업 인수 · 합병(M&A)이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건강한 기업 경영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존 경영진은 자신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투자자가 있다면 기업을 운영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쓸 것이다.

    인도 정부는 최근 들어 반독점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자산규모 3억3300만달러 이상의 기업을 M&A하려면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M&A 승인이 나는 기간도 유럽은 길어야 160일인데 인도는 210일 정도가 걸린다.

    인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규제가 경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M&A 활성화를 막는 이런 규제들이 정부의 설명과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정부의 미로와 같은 규제는 인도 주요 산업 분야에서 장애물이 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문제다. 해외 투자자들은 뛰어난 기술과 경험을 전수해 줄 수 있다.

    인도 정부는 기업의 기존 경영진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다. 인도 대기업들은 한 가족이 창업해 경영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년간 인도의 기업 규제는 이런 오너 가족들의 경영권을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고 현재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인도 상장 기업의 지분을 25% 이상 인수하려는 투자자는 나머지 모든 주식에 대해서도 공개매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도입했다. 특정 기업 주식의 26%만 보유하고 싶어도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과 리스크가 늘어나고 M&A는 활성화되기 힘들다. 또 인도 정부는 기업 인수자가 일정 비율 이상의 대출금으로 M&A를 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런 규제는 기존 대주주들이 경영권을 쉽게 방어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과거 인도 기업들은 국내에서 다른 기업들을 M&A하며 성장했다. M&A를 통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하지만 인도 기업들이 자국 기업을 M&A하는 사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벤처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07년 인도 기업이 해외에서 M&A를 위해 쓴 비용이 337억달러인 반면 국내에서 쓴 돈은 45억달러에 불과했다.

    대주주가 너무 많은 지분을 소유한 기업은 경영상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암바니 가문이 대주주인 릴라이언스그룹은 가족들 간 계속된 경영권 다툼으로 법정 분쟁까지 벌였다. 반대로 소프트웨어회사인 인포시스는 지분 투자를 많이 받으며 오너 지분율이 20%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투명한 경영으로 세계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기존 대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다.

    아비크 바타차랴 < WSJ아시아 논설위원 >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이 글은 아비크 바타차랴 월스트리트저널아시아 논설위원이 '멈춰선 인도 기업들의 M&A(India's Barbarians Stopped at the Gates)'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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