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은 지난 4월 필리핀 마닐라 인근 바탄주에서 정유플랜트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3400억원에 수주했다. 이 회사는 발주처 관계자들에게 답례로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USB에 담아 선물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케이팝(K-pop) 바람이 거센 필리핀에선 한류 스타들이 낸 음반이나 뮤직 비디오가 인기"라며 "발주처 임원들이 '자녀가 좋아한다'며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고 전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동남아 등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 해외 수주에 도움이 되고 있다.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에선 한류 상품이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공사를 수주한 뒤 발주처에 제공하는 답례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GS건설은 작년 말 태국국영석유회사(PTT)의 계열사인 IRPC에서 발주한 프로필렌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현지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퍼주니어의 CD를 발주처 가족에게 돌렸다. 김달영 GS건설 플랜트사업본부 과장은 "국내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작은 상품이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아 놀랐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해외 현장에서 착공 및 기공식을 앞두고 국내 사물놀이팀의 퍼포먼스를 연다. 지난 3월 쿠웨이트 부비안 항만 기공식 때 타악 퍼포먼스 공연팀인 '한울소리'가 한바탕 사물놀이를 펼쳐 발주처와 현장 근로자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용구 현대건설 해외영업2실 부장은 "한류 때문에 공사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발주처와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 고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식품인 인삼류도 해외수주 현장의 필수품이다. GS건설은 작년 오만의 바르카소하르 복합화력발전소 수주 때 발주처에 인삼 제품을 돌렸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