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끝이 안보인다'] 부산저축銀, 분식회계…6000억 차명대출 이자로만 2700억 썼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새 차명대출로 옛 차명대출금을 갚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유지하는 분식회계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돌려막기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그룹은 막바지에는 이자를 갚기 위해 추가 차명대출을 받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7일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차명차주별 대출금 사용 내역'에 따르면 그룹은 부산 · 부산2저축은행에서만 차명차주 98명을 동원해 약 6085억원을 대출했다. 이 중 약 45%에 달하는 2702억원은 이자 상환에 쓰였다. 이는 지난 5월 기준으로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은 차명차주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동원된 차명차주 수와 대출금액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아랫돌로 윗돌 괴느라 2700억원 날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분식회계 수법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였다. 임직원의 가족과 지인 명의로 계열 은행에서 받은 차명대출금 대부분은 특수목적회사(SPC) 사업비용 등으로 '탕진'되거나 비자금 은닉 등의 용도로 유용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문제는 상환이었다. 차명대출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해당 대출은 은행의 부실채권이 되고,부실채권만큼 은행은 대손충당금(예상되는 손실에 대비하는 적립금)을 쌓아야 했다. 하지만 대손충당금 액수가 늘어나면 이에 반비례해 BIS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그룹은 BIS 비율을 지키기 위해 새 차명차주 앞으로 추가 대출을 일으켜 부실채권이 된 기존 차명대출을 갚아나갔다. 대출 건수가 늘어날수록 갚아야 할 이자도 늘어났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갚지 못한 차명대출금은 98명 명의의 약 6085억원,잔여 차명대출금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약 2700억원이 기존 대출 이자 갚기에 쓰였다.

'차주 바꿔치기'도 그룹이 활용한 분식회계 수법 중 하나였다. 김양 부회장의 지인으로 차명차주로 동원된 A씨 앞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 등의 부실채무 34억8000여만원이 이관됐다. 그룹의 SPC인 T사 직원 김모씨의 경우 그룹의 또다른 차명차주였던 부친이 사망하자 부친 명의 차명대출 26억원을 고스란히 떠안기도 했다. 김씨 명의 대출금은 또다른 차명차주의 대출금 31억원,또다른 부실대출 44억원 변제에 쓰였다.

대검 관계자는 "부실대출이 연체되면 차명 차주에게 신규 대출을 해주고,그 돈으로 기존 부실채무 및 이자를 갚는 수법이었다"며 "이를 통해 부실대출이 정상채권으로 둔갑했다"고 설명했다.

◆감사 도중에도 SPC는 계속 설립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지금까지 밝혀낸 SPC 수는 총 120곳.하지만 그룹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감사원 감사가 들어간 2010년에도 SPC 설립 시도는 계속됐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구 모 그룹 이사의 형은 2010년 5월 부산2저축은행의 대출금 중 27억원을 강원도 평창군 소재 30필지 매입에 썼다. 강원도 평창군 사업지는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그룹의 SPC 불법 사업장 내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정 모 그룹 부장의 자형 김 모씨가 받은 2009년 대출금 중 11억9000여만원도 경주 골프장 부지 매입에 쓰였다.

이고운/심성미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