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반(反)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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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엔 반(反)물질이 등장한다.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과학자 레오나르도 베트라가 만들어낸 것으로 그려진다. 베트라는 살해당하고 반물질은 행방불명된다. 주인공 랭던 교수는 반물질 폭탄으로 바티칸을 날려버리려는 음모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어벤저'란 영화에는 인공 뇌우와 폭풍을 만들어내는 기상학자가 나온다. 엄청난 에너지를 얻기 위해 그가 사용한 것도 반물질이다.
반물질은 전자 양자 등과 크기 · 특성은 같지만 반대의 전하를 띤 물질이다. 양성자의 반대인 반양성자,전자의 반대인 양전자,수소의 반대인 반수소 등이다. 영국 물리학자 폴 디랙이 존재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다. 우주 탄생 직후엔 물질과 반물질이 반반씩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반물질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큰 에너지를 내며 소멸하는 탓이다.
학계에선 실제로 반물질 폭탄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천사와 악마'속 반물질 0.25g을 만들기 위해선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쉬지 않고 돌려도 3억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비용도 2경5000조달러나 들어간단다. 그러나 우주 어딘가에 반물질이 존재하며,반물질로 구성된 별이나 은하계도 있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지난달 미국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에 알파자기분광계를 실어 보내 우주정거장에 설치한 이유의 하나도 반물질 확인이다. 20억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장비는 입자 100억개당 1개의 반물질까지 검출할 수 있다. 137억년 전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이처럼 치열하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가장 기초적 반물질인 반수소 원자를 16분 넘게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동안에는 0.172초간 잡아둔 게 가장 길었다. 반물질의 성질을 파악하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다.
은하계에는 태양과 비슷한 별이 1000억~4000억개나 있고,우주에는 은하계가 1000억개 이상 있을 것이라고 한다. 광막한 우주에 대해 인간이 알아낸 건 그야말로 하찮은 수준이다. 그래도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조만간 더 많은 반물질 원자를 만들어 빅뱅의 단서를 찾아내게 될지도 모른다. 작지만 진보는 이뤄지고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반물질은 전자 양자 등과 크기 · 특성은 같지만 반대의 전하를 띤 물질이다. 양성자의 반대인 반양성자,전자의 반대인 양전자,수소의 반대인 반수소 등이다. 영국 물리학자 폴 디랙이 존재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다. 우주 탄생 직후엔 물질과 반물질이 반반씩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반물질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큰 에너지를 내며 소멸하는 탓이다.
학계에선 실제로 반물질 폭탄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천사와 악마'속 반물질 0.25g을 만들기 위해선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쉬지 않고 돌려도 3억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비용도 2경5000조달러나 들어간단다. 그러나 우주 어딘가에 반물질이 존재하며,반물질로 구성된 별이나 은하계도 있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지난달 미국 우주왕복선 인데버호에 알파자기분광계를 실어 보내 우주정거장에 설치한 이유의 하나도 반물질 확인이다. 20억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간 이 장비는 입자 100억개당 1개의 반물질까지 검출할 수 있다. 137억년 전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이처럼 치열하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가장 기초적 반물질인 반수소 원자를 16분 넘게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동안에는 0.172초간 잡아둔 게 가장 길었다. 반물질의 성질을 파악하는 다양한 실험을 하고,새로운 현상을 발견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다.
은하계에는 태양과 비슷한 별이 1000억~4000억개나 있고,우주에는 은하계가 1000억개 이상 있을 것이라고 한다. 광막한 우주에 대해 인간이 알아낸 건 그야말로 하찮은 수준이다. 그래도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조만간 더 많은 반물질 원자를 만들어 빅뱅의 단서를 찾아내게 될지도 모른다. 작지만 진보는 이뤄지고 있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