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백악관과 공화당이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2일 미국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 의회에서 현재 14조2940억달러인 채무 한도 증액에 합의하지 못하거나 재정적자 감축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이르면 다음달 중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헤스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선임 평가위원은 이날 "연방정부가 국채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 곧바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1~3단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채무 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8월2일부터 국채 원리금을 갚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무 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무디스의 경고 직후 백악관에서 진행된 관련 회의에서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증세 정책을 펴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증세는 공화당 의원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한 정책 수단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재정건전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지출 삭감을 담지 않은 채무 한도 증액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오스턴 굴즈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의회에서 채무 한도 증액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트리고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은 정치권의 갈등이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날 미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지만 시장에 혼란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지난 4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