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을 받은 결과 총 129개 업종,234개 품목이 접수됐다. 두부 김치 된장 탁주 등에서부터 데스크톱PC LED조명 CCTV 위성방송수신기 내비게이션 정수기 등 식품에서 제조업까지 거의 망라되었다. 오는 8월까지 적합업종이 확정되면 대기업의 신규 진출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이미 진출한 대기업들도 손을 떼야 한다. 각 품목마다 경쟁환경이 천양지차여서 동반성장위가 과연 시한 내에 결론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무더기 신청이 들어온 것은 동반성장위가 당초 출하량 기준 1000억~1조5000억원,중소기업 수 10개 이상 업종으로 제한했던 소위 '컷오프'를 없앤 탓일 것이다. 일단 신청부터 해놓고 보자는 심리도 작용했다. 중소기업들의 절박함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일 것이다. 하지만 본란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애초에 출발부터 잘못된 중기 적합업종은 이대로 가면 뒤죽박죽 산으로 갈 것이 확실하다. 생물처럼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중소기업만의 적합업종이 있다는 전제부터가 오류다. 이 오류에 기반해 가이드라인도 없이 신청부터 받았으니 본말전도요,도저히 설계할 수 없는 것을 설계하려 들었으니 의욕만 과잉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접수된 234개 품목이 과연 중소기업만 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예컨대 LED조명은 오스람 GE 필립스 등 외국 대기업이 다 들어와 있는데 국내 대기업만 묶은들 무슨 실효가 있겠는가. 장류 김치 등은 한식세계화와 소비자 안전이란 필수과제가 있는데 영세 중소기업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지금 중소기업이 영위하고 있다고 해서 이를 중기 적합업종으로 묶어버린다면 더 큰 사회적 효용을 잃고 만다. 국내 대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중기 적합업종 선정이 강제가 아니라 민간 주도로 자율적으로 추진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의 주변에서 "대기업 겁 좀 주겠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까지 공공연히 나온다면 이는 더이상 정책조차 아니다. 조폭의 공갈을 정부가 흉내낸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