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던 2008년 10월,신성솔라에너지는 연산 50메가와트(㎿)급 태양전지(셀) 생산라인을 첫 가동했다. 반도체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반도체 장비 사업에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던 태양광 사업으로 그룹의 핵심 사업 분야를 바꾸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생산라인을 가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가 몰아닥쳤다.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태양전지 가격이 폭락한 것.와트당 3.5달러를 웃돌던 태양전지 가격이 이듬해 2월에는 1.2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만들수록 적자만 쌓이는 구조였다.

경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이완근 회장이 선택한 것은 '정면 돌파 전략'이었다. 2기 라인 증설로 생산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생산장비를 국산화하기로 했다. 당시로서는 도박이나 다름 없는 역발상이었다. 배수진을 친 셈이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회장은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10개월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태양전지 양산기술을 확보했다. 때마침 태양광 수요도 다시 살아났다.

◆세계 최고 광효율 기술 확보

신성솔라에너지는 지난달 광변환 효율(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는 효율)이 19.2%인 고효율 태양전지 양산을 시작했다. 독일 큐셀,미국 선파워,중국 선텍 등 글로벌 태양전지 업체들을 앞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회사 측은 "광변환 효율이 19% 이상인 태양전지를 양산하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시장 진출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것은 장비 국산화 덕분이다. 태양전지 생산업체들은 센트로섬 등 독일 기업의 장비를 주로 쓴다. 이 때문에 광변환 효율이 엇비슷하다. 신성솔라에너지도 1기 라인은 센트로섬 장비로 구축했다. 하지만 똑같은 장비로는 후발업체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2기 라인부터는 장비 국산화에 나섰다.

부품도 국산 제품을 고집했다. 태양광 장비 제조 경험이 없던 엠파워 SJ이노텍 등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설득해 장비를 만들도록 했다. 제조 부문을 총괄하는 김호식 부사장은 "독일 장비에 비해 구입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데다 유지 · 보수 등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줄어들어 원가 절감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신기술 확보를 위해 세계적 태양전지 연구기관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를 파트너로 끌어들인 전략도 주효했다. 현재 광변환 효율 20% 태양전지 개발도 UNSW와 공동으로 벌이고 있다. 독일 호주 등에 로열티를 주고 도입하던 태양전지 원천기술도 최근 확보했다.

◆1년여 만에 실적 '턴어라운드'

신성그룹은 2008년 8월 주력 기업이던 신성이엔지를 신성홀딩스로 사명을 바꾸고 반도체 클린룸 설비사업(신성이엔지)과 반도체 공정 물류자동화 장비사업(신성에프에이)을 분사했다. 신성이엔지 신성에프에이 신성씨에스(유지보수 전문기업) 등을 거느린 그룹 지주사로 거듭난 신성홀딩스가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4월에는 신성홀딩스 사명을 신성솔라에너지로 다시 바꿨다.

신성솔라에너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2년 연속 적자에 허덕였다. 출범 첫해였던 2008년(분사한 8월 이후 집계치)엔 8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09년에도 2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장비 국산화로 인한 투자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가시화하면서 지난해에는 213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매출도 210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5.9% 늘어났다.

분사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신성이엔지와 신성에프에이도 태양전지 관련 사업에 진출,지난해 각각 2017억원과 19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분사로 '3형제'가 된 이들의 매출 합계액(6079억원)은 분사 직전 연도인 2007년(1577억원)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신성솔라에너지는 올 들어서도 실적이 가파르게 나아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813억원과 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0%와 79%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예상 매출을 3700억원 안팎으로 잡고 있다. 김균섭 신성솔라에너지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광변환 효율 제품 양산과 투자비용 최적화로 올해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악재가 오히려 기회"

신성솔라에너지는 지난해 1억달러가량을 수출했다. 전체 매출의 80% 수준이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이 최대 수요처다. 하지만 유럽 각국이 재정난 탓에 태양광 보조금을 잇따라 축소하면서 세계 태양광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태양전지 가격은 와트당 1달러 초반대로 떨어졌다.

신성솔라에너지는 이 같은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경쟁사들에 비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자신감에서다.

중국의 태양광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신성솔라에너지는 중국 5대 태양광 업체인 CNPV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는 등 중국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CNPV 등 중국 기업과 맺은 수출 계약 규모는 4623만달러에 이른다. 이 회장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 덕분에 해외에서 갈수록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고,실적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어 경영'으로 조직에 활력

신성솔라에너지 본사 1층에 들어서면 30인치 크기의 모니터에 경구가 떠 있다. '不知命 無以爲君子也(부지명 무이위군자야)'.논어 요왈(堯曰)편에 나오는 말로 '천명(天命)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사내 전산망에도 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논어에 나오는 경구를 수시로 올려 놓고 있다. 직원들의 책상에도 논어 관련 서적이 한두 권은 꽂혀 있다. 유교사상의 핵심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중시하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 때문이다.

이 회장은 회사 업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동료들과 풀어나가다 보면,효율도 오르고 삶의 가치도 저절로 높아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인간성,소통 능력,인화를 중시한다. 사원 채용 때도 실력보다는 인간성을 먼저 본다. 이 회장은 "격의 없이 소통이 잘 되니 팀 간 업무 협조도 잘 된다"며 "태양광이라는 새로운 도전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