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가들 설득ㆍ조정 절차 감안한 듯

미국은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라가르드 장관을 거명한 공개적인 지지 표명은 아직 삼가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알랭 쥐페 프랑스 외무장관이 미국을 포함한 G8(주요 8개국) 정상이 라가르드 장관의 차기 IMF 총재 선출을 만장일치로 지지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한 논평 요청에 구체적 후보 지지 언급은 유보한 채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카니 대변인은 "미국의 입장은 차기 총재를 선출하기 위한 IMF 절차를 존중하며, 가장 유력한 후보를 옹립하기 위한 과정을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그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식 출사표를 던진 IMF 총재 후보는 미국, 유럽국가들이 지원하는 라가르드 장관과 멕시코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중앙은행 총재 등 2명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국가들은 그간 유럽이 전통적으로 IMF 수장을 독식해온 관행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어 라가르드 장관을 지지하는 미국, 유럽과 조정이 필요한 상태이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26일 파리에서 가진 회견에서 라가르드 장관에 대해 언급하며 "우린 자격 있고 경험 많은 여성들이 IMF 같은 주요 기구의 수장을 맡는 것을 환영한다"며 사실상 IMF 총재 인선이 라가르드 장관 쪽으로 기울었음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라가르드 장관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표명을 유보하고 있는 것은 아직은 신흥국가들에 대한 설득과 조정에 노력을 기울이며 최대한 다수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받는 가운데 새 IMF 총재를 세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