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을 단순히 값싼 건축자재로만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벽돌에도 '혼'이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점토벽돌 전문기업인 공간세라믹의 조백일 대표(57 · 사진)는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 진열된 벽돌들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는 그가 그동안 만들어 온 벽돌들이 마치 갤러리에 있는 예술작품처럼 전시돼 있다.

조 대표가 만드는 벽돌은 특별하다. 콘크리트를 부어 대량 생산하는 일반 벽돌과 전혀 다르다. 국산 고령토를 엄선해 빚은 후 섭씨 1200도 가마에서 24시간 동안 구워 만든다. 이후 10여종의 품질테스트를 거쳐 크랙(흠)이 없고 표면이 매끈하게 나온 제품들만 골라 상품으로 내놓는다. 그는 "점토벽돌은 실내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며 공기 중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며 "새집증후군 아토피 등 기존 건축자재가 주는 문제점을 해결한 '웰빙벽돌'"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그는 이 같은 효과를 보기 위해 자신의 집 거실의 4면을 모두 점토벽돌로 장식했다.

조 대표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인테리어벽돌과 예술조형물 사업에 뛰어든 것도 웰빙벽돌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난 1월부터 인터넷쇼핑몰을 열어 미니화분벽돌,내부장식용 벽돌 등을 팔고 있다. 테라코타 작가인 한애규 씨 등 국내 유명 조형작가들을 디자인 감독으로 두고 동상(서울 자양동 장독골공원), 생각의 중심(강원 영월 스포츠파크)등 설치 작품도 잇따라 내놓았다.

정부에서도 그가 만든 벽돌의 품질을 인정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서울숲,국립중앙박물관 등 주요 시설 · 건축물에 이 회사가 납품한 벽돌이 쓰였다. 북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특구 우리 측 건물의 바닥재 등에도 이 벽돌이 들어갔다.

조 대표는 28년간 '벽돌'이라는 한우물을 파 온 '벽돌계의 장인'이다. 1983년 벽돌 유통업을 시작한 그는 몸에 좋은 소재에 관심을 갖다가 환경벽돌기술연구소라는 국내 최초 벽돌 전문 연구소를 세워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의 제품을 꾸준히 내놓았다. 2000년대 초에는 수입에 의존하던 '투톤 점토벽돌'(타원 무늬가 들어가 두 가지 색을 내는 인테리어 벽돌)을 국산화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내놓은 신제품만 30여종에 이른다. 물이 잘 빠지게 한 투수점토 벽돌,작은 원석을 박아 넣은 주얼리 벽돌,끝을 둥글게 처리한 몽블랑 벽돌,야간에도 눈에 잘 띄는 야광 벽돌,그림이나 사진을 넣은 페인팅 벽돌 등 다양하다. 그가 2008년 출시한 '독도벽돌'(표면에 울릉도 · 독도 등 한국 지도가 새겨진 벽돌)은 일본에 연 30만달러어치가 수출된다.

이 회사의 연 평균 매출은 150억~200억원 수준이다. 조 대표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인테리어벽돌 판매가 매달 70~80%씩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벽돌을 이용한 정원꾸미기세트,내부마감재 등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라며 "단기적 매출 성장보다는 세계에 우리 점토벽돌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소람 기자 soram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