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모든 패널이 일방적으로 발제자를 비판하는 공청회는 처음 봅니다. "(공청회 참석자) 지난 25일 방문판매법 개정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YMCA회관에선 평소 보기 드문 진풍경이 벌어졌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공정위 관계자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소비자단체 관계자들의 비판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학계와 법조계 패널들까지 가세해 공정위를 질책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방판법 개정안은 '방문판매'와 '다단계'로 이원화돼 있는 직접판매에 '후원방문판매'라는 중간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일부 영세업체들이 규제가 덜한 방문판매업체로 등록한 뒤 다단계식 불법영업을 해 나가자 이들 업체를 '후원방판'으로 규정,다단계에 준하는 규제를 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법에는 취급제품의 상한선을 두고 판매원들의 후원수당을 제한키로 했으며,방문판매 대리점들로부터 돈을 거둬 공제조합을 설립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공정위 발표 후 패널들은 냉담했다. 대학시절부터 불법 다단계 반대 캠페인을 펼쳐왔던 김희경 평화여성회 팀장은 '공정위를 지원사격할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가장 강력하게 법안을 성토했다. 거대 공제조합을 설립하면 업체들이 이중부담을 안게 되고,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 영세 불법 피라미드업체들이 법이 바뀌었다고 따르겠느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결국 건실한 방판업체들의 손발만 묶는다는 얘기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LG생활건강 같은 회사를 왜 다단계로 모느냐"며 "공정위가 소송을 걸어놓고 패소하자 법을 고치려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종문 남서울대 교수,도진석 변호사,김태오 직판협회 부장 등도 '방판법 개정안은 개악'이라며 업계에 권한을 위임하고 사후규제 방식을 취하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감독기구가 있지만 문제가 발생한 만큼 제도적으로 적절한 사전규제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가 한 패널로부터 "저축은행과 방문판매가 무슨 관계냐"는 핀잔을 들어야 했고,결국 굳은 얼굴로 공청회장을 빠져 나와야 했다.

고경봉 중기과학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