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말을 낳는다"..대내외적 압력 고려한듯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침묵모드'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25일 한국경제학회 주최 `한국금융의 국제화: 현황과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체 민영화를 포기했는지에 대해 "말이 말을 낳는다"며 말을 아꼈다.

우리금융과 산은금융지주 간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낳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 회장의 침묵은 우리금융 민영화가 민감한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회장의 한마디가 낳을 수 있는 파장과 이로 인해 받을 수 있는 대내외적 압력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금은 회장이 대외적으로 입장을 밝히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어떤 자리에서든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다만 최근 난항을 겪는 우리금융의 로스앤젤레스(LA) 한미은행 인수와 관련해선 "계속 하고 있다"며 인수 작업을 계속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우리금융의 LA한미은행 인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우리금융 미국 현지법인인 우리아메리카은행의 악화된 경영평가 등급을 이유로 인수 승인에 대한 판단을 미루면서 난관에 부딪힌 상태다.

이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은행의 해외진출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국내 제조업의 부가가치 기여도는 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5위인데 반해 금융산업의 부가가치 기여도는 22%로 24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물부문에서는 삼성,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제조업체가 다수 존재하는 것과 달리 금융부문에서는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은행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우리, 국민, 신한이 치열하게 순위 경쟁을 한 결과 2004~2007년 무리한 외형확대가 일어나면서 자산건전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또 "우리보다 앞서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 온 씨티그룹, HSBC, 스탠다드차터드 등 시장경쟁형(민간은행) 은행이 해외진출의 성공 모델을 만들어 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미래의 금융강국으로 도약하려면 글로벌화를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현지 법인 설립은 물론 현지 은행과의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 등으로 현지 역량과 경험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