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부산저축은행 2대 주주인 박형선 해동건설 회장(59)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경기 시흥시 영각사 납골당 사업과 전남 신안군 리조트 개발사업의 수천억원대 불법 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적용해 박 회장의 신병을 일단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박 회장이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그가 노무현 정부 시절 정 · 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했는지도 수사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박 회장은 1987년 광주광역시에 해동건설의 전신인 S종합건설을 세웠고 2002년 해동건설로 상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박 회장이 보유한 부산저축은행 주식은 약 67만주(약 9%)로,단일 주주로는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39만주 · 5.3%)보다 지분율이 높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대주주 경영진과 같은 고교 출신인 박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고위 인사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그룹을 위한 정 · 관계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 회장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그룹 회장의 광주일고 후배이고 김양 그룹 부회장(구속 기소)과는 동기동창이다. 박 회장은 또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구속 기소)과는 사돈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이 1970년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면서 노무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친분을 맺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장영달 전 의원,유인태 · 이강철 전 수석 등이 사건 연루자들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들 중 일부와는 교류를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박 회장이 건설사 경영 과정에서 특혜를 받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 관계자들과 접촉했는지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편의를 위해 대주주 경영진의 부탁을 받고 로비를 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수사할 예정이다.

한편 박 회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일부 관계자들과 안면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금융감독원 현직 부원장보 1명을 조만간 소환 조사하고 다른 로비 대상들이 더 있었는지 살피고 있다.

한편 검찰이 7조원대 금융비리가 드러난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상호저축은행법상 대출 한도를 위반해 수백억원을 불법 대출한 사실을 이미 5년 전에 적발하고도 은행 관계자들을 처벌 수위가 약한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