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1층 라운지바 블러쉬.지난 7일 색깔풍선으로 장식된 이곳에선 커플 찾기 프로그램인 '사랑의 스튜디오'가 열렸다. 남녀 파트너 2쌍씩 8개 테이블에 앉은 32명의 참가자는 GS건설 남자 직원과 다양한 직종의 여성들이었다. 5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행사에선 16개팀 가운데 11개팀이 짝짓기(매칭)에 성공했다. 비용은 개인당 30만원으로 GS건설이 전액 지원했다.

대구 '신천자이' 현장에서 일하는 이 회사 임창호 대리(36)는 "2~3년에 한 번씩 옮겨 다니다 보니 결혼을 못했다"며 "좋은 신붓감을 만날 때까지 계속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전사적 중매 지원

GS건설은 결혼정보업체 듀오와 제휴를 맺고 지난해 7월부터 해외 현장이 많은 플랜트사업부문의 미혼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단체 미팅을 올해부터 전사적 행사로 전면 확대했다. 그동안 행사에 참가한 80여명 가운데 10여명이 커플로 맺어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대규모 단체 미팅을 주선하는 등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장을 자주 마련할 계획"이라며 "커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신청자가 많은 특정 지역에선 별도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지난해 말 '처녀 총각 시집 · 장가 보내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남녀 30쌍이 만나는 '30 대 30 미팅'을 주선했다. 미혼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올해도 단체 만남을 주선할 방침이다.

해외 플랜트 사업 현장이 많은 대림산업도 직원들의 이성 교제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최근 해외사업을 강화한 한화건설은 하반기 예비 배우자 만남을 주선하는 이벤트를 가질 계획이다.

◆건설업종 이해의 폭 넓힌다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미혼 직원 이성교제의 장을 만드는 것은 업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건설 · 부동산 경기 침체로 배우자 우선 순위에서 금융 전자 등의 업종에 밀리자 회사가 결혼정보업체를 직접 찾아 제휴를 맺고 짝짓기를 주선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구조조정 한파로 주택 전문건설 업체들의 직업 안정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배우자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현장 근무가 잦고 이곳저곳을 자주 옮겨야 하는 업종 특성도 건설사들이 미혼 직원 중매를 전사적으로 지원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토목 · 주택부문 직원들은 전국에서,플랜트는 해외에서 2~5년 동안 근무가 다반사다. 최근 지방 근무를 마치고 본사로 옮긴 D사 김모 대리는 "현장 근무는 야근과 주말 잔업 등이 많아 업무 강도가 비교적 센 편"이라며 "주변에 혼기를 놓치는 선배 동료들이 적지 않게 생긴다"고 전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전사적으로 지원하는 미혼 직원 미팅 주선은 건설업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GS건설 '사랑의 스튜디오'에 참가했던 직장인 이모씨(31 · 여)는 "건설업종은 남성적 이미지가 강한 데다 현장 근무도 많아 건설사 직원을 배우자감으로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았다"며 "직접 만나 보니 솔직하고 적극적인 태도가 매력적으로 보여 교제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수 GS건설 조직문화팀 과장은 "단체 미팅은 미혼 직원들 간 교제의 장인 동시에 건설업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홍보마당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며 "다른 건설사들이 단체 미팅을 주선하기 위해 물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