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고령화 대책과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

경제 · 산업 분야 국책연구소의 A연구원은 정부로부터 '100세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100세 시대의 개념이 모호해 뭘 연구해야 할지 방향조차 못잡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참여한 한 대학 교수는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임기 말에 뭔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걸려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조차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각론을 맡은 다른 연구소들도 비슷하다.

◆정부 부처 총동원

'100세 시대 프로젝트'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 10개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23개 국책연구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총론에 해당하는 '100세 시대 전략과제'를 26일 발표하고,이어 6~9월 중 주요 국책연구기관들이 분야별 세부 연구과제를 내놓는 식으로 진행된다.

정부 관계자는 "크게 보면 정년,복지,교육이 핵심 테마이고 여기에 산업이 추가된다"고 말했다. 100세 시대 도래에 대비한 정년 연장,복지 패러다임 전환,평생교육 등이 주로 다뤄진다는 얘기다.

예컨대 지식경제부 산하 산업연구원은 '100세 시대 도래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력고령화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지원금 제도 개선,미래 대비를 위한 장기 금융상품 개발,고령친화산업 육성,노인폭력 예방 등 분야별 대표과제를 발굴,이슈화하는 한편 오는 12월 말까지 베이비부머 대책을 포함한 100세 시대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기존 대책 재탕 삼탕 우려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 프로젝트에 대해 "문제의식 자체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정부가 기존 대책과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고령화 정책의 '재탕 삼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도 "아직은 캐치프레이즈 수준"이라며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인정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대선 공약 개발을 의식해 100세 시대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윤두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미래전략팀장은 "지금은 담론화 과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평균수명이 80세에서 100세로 늘어나는 데 맞춰 생애주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문제의식을 확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100세 사회가 되면 노인인구가 많아지고 정부 재정을 통한 고령인구 부양에는 한계가 있다"며 "개인과 국가,사회가 할 일을 다시 세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100세 시대 프로젝트

평균수명 80세에 맞춰진 교육 정년 복지 등 국가정책의 큰 틀을 100세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009년 출생아 기준으로 80.5세다. 40년 전 보다 평균 수명이 약 18년 늘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100세 이상 인구가 머지않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