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반핵 · 평화운동에 뿌리를 둔 독일의 녹색당이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58년간 기민당(CDU)의 정치적 아성이던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대승했다. 녹색당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국민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 녹색당의 지지율 상승세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2013년 총선에서 전국 제2당으로 떠올라 사민당(SPD)과 연정을 펴서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녹색당이 원전 개발을 지금처럼 반대한다면 독일 국민은 전력부족 사태에 따른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 독일은 원자력과 석탄 중 하나를 선택해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원전 개발에 대해 강한 우려를 갖게 됐다. 독일처럼 원자력과 석탄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방사성 물질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피폭량에 따라 인체에 해가 되는지 여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원폭과 관련해 저량의 방사선을 쐰 사람들의 혈액에선 세포유전 변이와 암 위험 등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 이들은 암 이외의 병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가 극히 적었으며,오히려 장수하기도 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방사선을 쐰 아이들의 경우 치료가 가능한 갑상선암 환자가 많았다.

지난해 말 전 세계 석탄 매장량은 8474억8800만t이며 현재처럼 매년 약 50억t을 채굴하더라도 169년 이상 쓸 수 있다. 어떤 자원보다 풍부한 양이다. 그러나 석탄의 폐해는 원자력보다 심하면 심하지 약하지 않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빌 게이츠는 한 강연회에서 "㎾당 사망 등의 인명사고가 석탄이 원자력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며 "원자력이 풍력 · 지열 · 태양광 발전보다 투자 대비 효율도 높다"고 강조했다. 이를 방증하듯 중국에선 올해 탄광 폭발사고가 잇따라 일어났다. 중국 지린성의 한 석탄 광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11명이 숨졌으며,윈난(雲南)성 푸위안(富源)현의 한 탄광에선 가스 폭발 사고로 인해 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석탄 사용은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도 맞지 않는다.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뿜어내는 가스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석탄을 태우면 이산화탄소는 물론 카드뮴,수은,비소 등 인체에 해로운 가스가 다량 방출된다. 특히 카드뮴은 골격 변화까지 일으키는 대표적인 유해 중금속이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각국의 후속조치를 보자.미국은 지난 3월 조지아주에 건설하는 2기의 원전 건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승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당시 원전 건설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미래 에너지 확보,일자리 창출 등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주요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전력의 75%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나 네덜란드도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경제성장 기업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신규 원전을 건설키로했다. 이처럼 일본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은 기존의 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자립에 대한 각국의 의지가 강한데다 경제성 및 환경 친화성 등에서 원전은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홀맨 W.젠킨스 <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위원 > / 정리=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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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홀맨 W 젠킨스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위원이 '석탄은 핵보다 위험하다'(Coal is more dangerous than a nucleus)란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