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송신영과 올드보이, 日 원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건 잘만 걸리면 빌딩 하나 세웁니다. " 점심 자리에 마주한 사토 사장은 들떠 있었다. 그는 재일 교포다. 한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무역업을 크게 했다. 그러나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지고 나선 일감이 대폭 줄었다. 사실상 사업을 접은 상태다. 그랬던 그가 요즘 활기를 되찾았다. 일본 원전 사태가 터진 뒤 한국산 부품을 찾는 일본 기업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일본 기업도 늘었다고 한다. 이달에만 해도 여러번 서울과 대구 등을 방문했다.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반사이익'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일본 덕분에 살았다'고 하는 국내 업체들이 적지 않다. 비상용 발전기부터 생수까지 모처럼 일본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이참에 일본 시장을 뚫어보자는 의욕도 높다.
하지만 '진짜' 반사이익은 따로 있는 건 아닐까. 예를 들어 정치인들에게 지금의 일본은 적어 두어야 할 공부거리가 무궁무진한 곳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노다지다. 일본의 간 나오토 정권은 대지진과 원전 사태 이후 여러 가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바다에 오염수를 방출하고도 이웃 국가에 나몰라라 했다가 된통 곤욕을 치렀다.
지진에 취약하다는 하마오카(浜岡) 원전을 멈추라고 지시했다가 이 원전을 운영하는 주부(中部)전력의 반발을 사 머쓱해지기도 했다. 도쿄전력의 부담을 채권 은행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은 반(反)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갈수록 떨어지는 지지율을 붙잡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곤 있지만 신통치 않다. 야당인 자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퇴진 압력이 거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공장과 판로에 타격을 입은 일본 기업들이 어떻게 살아나는지,아니면 어떻게 기울어 가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눈앞의 '반짝 이익'에만 매몰돼서는 큰 산을 놓친다.
운동 선수들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중시한다. 가상의 적이 움직이는 것을 마음 속에 떠올려 대응책을 반복적으로 강구하다 보면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프로야구 구원투수 부문 2위에 올라 있는 넥센 히어로즈의 송신영 선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데뷔 12년 동안 항상 조연에 머물다가 올 들어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중이다.
기자들이 비결을 물었다. 답은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한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다. "연습할 때 항상 머릿속에 실제 상황을 그립니다. '9회 말 3 대 2 무사 1,2루.타자는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이런 식이죠.생각했던 곳에 공이 들어가면 '삼진이다!'라고 환호하기도 합니다. "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최민식도 만두만 먹으면서 10년 이상 '섀도 복싱(상대방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훈련하는 방식)'을 한 뒤 원수를 갚는다. 상대를 가정한 훈련의 효과는 그만큼 크다.
한국은 어떤가. 이달 초 실시된 재난대응 훈련 중 경기도 용인시 청사 건물에서는 실제 화재가 발생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용인시청의 한 직원은 "영문도 모른 채 진짜 화재 대피 및 대응 훈련을 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바로 옆 나라가 당했는데도 아직 '실전'이라는 인식이 미흡하다.
'전대미문'의 사건이 빈발하는 세상이다. 한국엔 유독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북한에다 핵 문제까지 걸려 있다. 최근엔 백두산마저 불안하다는 소식이다. 일본은 이런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교과서다.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반사이익'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일본 덕분에 살았다'고 하는 국내 업체들이 적지 않다. 비상용 발전기부터 생수까지 모처럼 일본 특수를 누리는 모습이다. 이참에 일본 시장을 뚫어보자는 의욕도 높다.
하지만 '진짜' 반사이익은 따로 있는 건 아닐까. 예를 들어 정치인들에게 지금의 일본은 적어 두어야 할 공부거리가 무궁무진한 곳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노다지다. 일본의 간 나오토 정권은 대지진과 원전 사태 이후 여러 가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바다에 오염수를 방출하고도 이웃 국가에 나몰라라 했다가 된통 곤욕을 치렀다.
지진에 취약하다는 하마오카(浜岡) 원전을 멈추라고 지시했다가 이 원전을 운영하는 주부(中部)전력의 반발을 사 머쓱해지기도 했다. 도쿄전력의 부담을 채권 은행들이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은 반(反)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갈수록 떨어지는 지지율을 붙잡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곤 있지만 신통치 않다. 야당인 자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퇴진 압력이 거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공장과 판로에 타격을 입은 일본 기업들이 어떻게 살아나는지,아니면 어떻게 기울어 가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눈앞의 '반짝 이익'에만 매몰돼서는 큰 산을 놓친다.
운동 선수들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중시한다. 가상의 적이 움직이는 것을 마음 속에 떠올려 대응책을 반복적으로 강구하다 보면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프로야구 구원투수 부문 2위에 올라 있는 넥센 히어로즈의 송신영 선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데뷔 12년 동안 항상 조연에 머물다가 올 들어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중이다.
기자들이 비결을 물었다. 답은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한 이미지 트레이닝이었다. "연습할 때 항상 머릿속에 실제 상황을 그립니다. '9회 말 3 대 2 무사 1,2루.타자는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 이런 식이죠.생각했던 곳에 공이 들어가면 '삼진이다!'라고 환호하기도 합니다. "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최민식도 만두만 먹으면서 10년 이상 '섀도 복싱(상대방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훈련하는 방식)'을 한 뒤 원수를 갚는다. 상대를 가정한 훈련의 효과는 그만큼 크다.
한국은 어떤가. 이달 초 실시된 재난대응 훈련 중 경기도 용인시 청사 건물에서는 실제 화재가 발생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용인시청의 한 직원은 "영문도 모른 채 진짜 화재 대피 및 대응 훈련을 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바로 옆 나라가 당했는데도 아직 '실전'이라는 인식이 미흡하다.
'전대미문'의 사건이 빈발하는 세상이다. 한국엔 유독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북한에다 핵 문제까지 걸려 있다. 최근엔 백두산마저 불안하다는 소식이다. 일본은 이런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교과서다.
안재석 도쿄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