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안보내는 여성가족부, 기업만 '닦달'
"남성 사무관들이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하면 주위에서 눈총을 받기 십상입니다. 제도가 있어도 쓸 엄두를 못 냅니다. "(여성가족부 A사무관)

여성가족부의 육아휴직 등 복리후생제도 활용률이 민간 기업들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인력 양성과 양성평등을 내걸고 복리후생제도 도입을 목청 높여 외쳤던 주무부처인 여성부조차 관련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민간 기업들에 제도 활용을 강요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여성부 육아휴직 활용률 46.9% 불과

22일 여성부에 따르면 여성부 육아휴직 대상자 64명 중 지금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직원은 30명으로,활용률은 46.9%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부가 지난해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 269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관리자패널' 조사 결과,일반 기업들의 육아휴직 활용률은 76.3%에 달했다.

육아휴직은 근로자가 만 6세(2007년 12월31일 이전 출생자는 생후 1년 미만) 이하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휴직을 신청하는 제도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한 후 도입됐고,2001년 11월부터 고용보험기금에서 육아휴직 급여를 주면서 신청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 휴직자는 819명으로 전년 대비 502명보다 크게 늘었다.

그러나 여성부의 남성 육아휴직 대상자 중 육아휴직을 신청한 직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기업들의 남성 육아휴직 활용률 4.2%에도 못 미친다. 이에 대해 여성부 관계자는 "(남성 사무관들이) 육아휴직을 한 명도 안 쓴 건 사실이나 대신 탄력근무제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성부 내 분위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쓸 엄두도 못 낸다"고 사무관들은 토로했다.

육아휴직뿐 아니라 생리로 인한 보건휴가 활용률도 저조했다. 지난해 여성부에서 보건휴가를 사용한 여성 직원은 전체 141명 중 4명인 2.8%에 불과했다. 반면 일반 기업들의 보건휴가 활용률은 49.3%에 달했다.

◆기업에 제도 강요하는 건 자기모순

여성부는 지난달 발표한 여성관리자패널 조사 결과에서 일반 기업들이 여성을 위한 복리후생정책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성 육아휴직 대상자가 적은 것은 기업의 직장문화가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백희영 여성부 장관도 최근 "복리후생제도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일선 기업의 직장문화가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여성부조차도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않으면서 기업들에만 제도 활용을 강요하는 건 자기모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에 복리후생제도 활용을 강요하는 건 모순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민간 기업에서 복리후생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기 위해선 정부가 솔선수범하고 비용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