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 작가 꼼꼼히 분석해 독학으로 쓴 소설…영화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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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7년의 밤' 두 달새 7만부…영화판권료 1억 받은 정유정 씨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소설 중 하나는 정유정 씨(45 · 사진)의 두 번째 장편 《7년의 밤》(은행나무 펴냄)이다. 출간 두 달도 안돼 7만부 이상 팔렸다. 영화사 위더스필름에 의해 내년에 영화로도 나온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15개 영화사의 러브콜을 받았다. 빠르고 무게감 있는 스토리 전개,간결하면서도 탄력적인 문체,구체적이고 강력한 캐릭터가 영화에 딱 맞는다는 것이다.
판권 계약 조건도 파격적이다. 계약금 1억원에 손익분기점을 넘은 수익의 5%를 '러닝 개런티'로 받는다. 정씨는 "영화 쪽은 잘 몰라서 모든 비즈니스를 출판사에 위임했다"면서도 "소설의 제목과 전체 이야기 톤은 유지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7년 전 세령호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범인인 야구선수 출신의 댐 보안원 최현수,그의 아들 서원,대필작가이자 잠수부인 아저씨 승환,치과의사이며 살해된 소녀 세령의 아버지인 오영제 사이의 갈등과 대결을 그렸다. 실수로 세령을 죽이고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현수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다. 아들 서원은 열두 살 이후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살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와 오영제 사이의 드러나지 않은 갈등을 알게 된다.
작가는 초반에 모든 결말을 다 풀어 놓는 모험을 감행했다. 반전도 없다. 그런데도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선과 악,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개인의 삶을 옥죄는 운명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최현수와 오영제 중 누구를 주인공으로 삼느냐에 따라 장르나 성격이 달라질 전망이다.
정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간호대를 졸업하고 간호사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직으로 10년 이상 일했다. 정식으로 문학 공부를 한 적도 없다. 마흔 살 무렵 늦깎이로 등단하면서 세계청소년문학상(2005)과 세계문학상(2009) 등을 받았다. 총상금은 1억5000만원.
"등단하기 전 6년간 습작하면서 무명작가로 지냈어요. 정식 스승이 없다보니 영 · 미 작가들의 책으로 독학했죠.피가 난무하지 않으면서도 꽉 조이는 공포소설을 쓰는 스티븐 킹에게 타이트한 이야기 구조를 배웠습니다. 찰스 디킨스에게선 강력한 인물 캐릭터,레이먼드 챈들러에게는 누아르 스타일의 추리소설 기법을 익혔죠.노트에 그들의 소설 작법을 분석해 놓고 뜯어 먹다시피 했네요. 그래서 완전한 대중소설이나 순수문학 문법이 아닌 저만의 스타일이 생긴 것 같아요. "
간호사 일도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중환자실은 사람이 가장 연약할 때 만나는 공간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을 향해 가는 상황을 수백번도 더 봤어요. 운명과 갈등 상황에 처한 인간의 의지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걸 통해 더 깊이 있는 주제에 닿고 싶습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판권 계약 조건도 파격적이다. 계약금 1억원에 손익분기점을 넘은 수익의 5%를 '러닝 개런티'로 받는다. 정씨는 "영화 쪽은 잘 몰라서 모든 비즈니스를 출판사에 위임했다"면서도 "소설의 제목과 전체 이야기 톤은 유지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7년 전 세령호수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한다. 범인인 야구선수 출신의 댐 보안원 최현수,그의 아들 서원,대필작가이자 잠수부인 아저씨 승환,치과의사이며 살해된 소녀 세령의 아버지인 오영제 사이의 갈등과 대결을 그렸다. 실수로 세령을 죽이고 자신을 파멸로 몰고 가는 현수는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다. 아들 서원은 열두 살 이후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비극적으로 살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와 오영제 사이의 드러나지 않은 갈등을 알게 된다.
작가는 초반에 모든 결말을 다 풀어 놓는 모험을 감행했다. 반전도 없다. 그런데도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선과 악,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개인의 삶을 옥죄는 운명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최현수와 오영제 중 누구를 주인공으로 삼느냐에 따라 장르나 성격이 달라질 전망이다.
정씨의 이력은 독특하다. 간호대를 졸업하고 간호사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직으로 10년 이상 일했다. 정식으로 문학 공부를 한 적도 없다. 마흔 살 무렵 늦깎이로 등단하면서 세계청소년문학상(2005)과 세계문학상(2009) 등을 받았다. 총상금은 1억5000만원.
"등단하기 전 6년간 습작하면서 무명작가로 지냈어요. 정식 스승이 없다보니 영 · 미 작가들의 책으로 독학했죠.피가 난무하지 않으면서도 꽉 조이는 공포소설을 쓰는 스티븐 킹에게 타이트한 이야기 구조를 배웠습니다. 찰스 디킨스에게선 강력한 인물 캐릭터,레이먼드 챈들러에게는 누아르 스타일의 추리소설 기법을 익혔죠.노트에 그들의 소설 작법을 분석해 놓고 뜯어 먹다시피 했네요. 그래서 완전한 대중소설이나 순수문학 문법이 아닌 저만의 스타일이 생긴 것 같아요. "
간호사 일도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중환자실은 사람이 가장 연약할 때 만나는 공간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을 향해 가는 상황을 수백번도 더 봤어요. 운명과 갈등 상황에 처한 인간의 의지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걸 통해 더 깊이 있는 주제에 닿고 싶습니다. "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