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여기자, 시리아 억류 체험 폭로

"시리아 비밀감옥에서는 벽에 피 냄새가 진동했고, 잔혹한 고문을 당하는 사람들이 지르는 거친 비명으로 가득 찼다."

시리아에서 체포돼 이란을 거쳐 3주만에 풀려난 알-자지라 방송의 여기자 도로시 파르바즈(39)는 19일 알-자지라 웹사이트에 시리아 비밀감옥에서 겪은 경험담을 올렸다.

파르바즈가 쓴 `시리아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에 따르면, 그녀는 시리아 사태를 취재하려고 수도 다마스쿠스에 도착한 지난달 29일 시내에서 평상복 차림의 보안 기관원들에게 붙잡혔다.

무장한 이들 기관원에 의해 차에서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나온 파르바즈는 눈이 가려진 상태로 다른 차에 태워져 20여 분간 끌려갔고, 2곳의 검문소를 지나서 비밀감옥에 도착했다.

`소형 관타나모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그 감옥에서 그들은 파르바즈의 소지품을 뒤져 위성전화기와 인터넷 관련 기기를 찾아낸 뒤 그녀를 좁은 방에 가뒀다.

파르바즈가 감방에서 만난 수감자는 다마스쿠스에서 시위에 참가하러 가다가 기관원에 붙잡혀 이곳으로 끌려온 25살의 옷가게 여종업원이었고, 며칠 뒤 다른 방에서 만난 사람은 잔뜩 겁에 질려 있는 10대 소녀였다.

파르바즈는 수감된 첫날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 어디론가 끌려가 벽에 세워졌고, 그녀부터 10m쯤 떨어진 좌우 양편에서는 누군가를 상대로 잔혹한 고문과 함께 신문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문은 뼈를 부러뜨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매우 야만적으로 이뤄졌고, "왈라히, 왈라히(신에게 맹세한다)", "라, 라(아니오)"라며 기관원의 추궁을 부인하는 피신문자의 거친 비명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파르바즈는 그 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두려움에 떨었다.

파르바즈가 수감된 두 번째 방의 벽에서는 피 냄새가 진동해 피가 묻지 않은 구석을 찾아 웅크린 채 앉았고, 자정 무렵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익명의 조사관은 방송사인 알-자지라를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와 같은 급으로 간주했고, 알-자지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함께 시리아에 `큰 문제(big problem)'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밀감옥에서는 하루 세끼가 제공됐으나 악취가 나고, 심지어 썩기도 해서 구토를 일으킬 지경이었으나 나중에는 배가 고파서 그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고 파르바즈는 전했다.

파르바즈는 비밀감옥에서 1주일 가까이 보낸 뒤 이란의 수도 테헤란으로 이송됐다.

그녀는 미국과 캐나다 국적 외에 이란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리아 당국이 파르바즈를 이란에 넘기면서 그녀에게 뒤짚어 씌운 혐의는 간첩죄였다.

이란에서는 간첩 혐의자의 경우 사형까지 처해지지만, 파르바즈는 다행히 지난 18일 무사히 풀려나 알-자지라 본사가 있는 카타르 도하로 돌아올 수 있었다.

파르바즈는 글의 말미에서 자신이 이란 구치소에서 수감돼 있는 동안 시리아 비밀감옥에서 들었던 "왈라히, 왈라히"하는 비명이 환청처럼 들리고 그곳에 억류된 사람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지 걱정스러워서 매일 밤 잠을 잘 수가 없어 수면제를 먹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