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ㆍ전셋값ㆍ이자 '3重苦'…10가구 중 3가구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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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 3.5% 늘었지만 실질소득은 감소
중산층 적자가구도 2003년 조사 이후 최대
중산층 적자가구도 2003년 조사 이후 최대
물가불안과 전셋값 급등,가계부채 증가 등 '3중고'로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 비율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가운데 적자가구 비율은 30.5%로 조사됐다. 2005년 1분기(31.4%)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5등분(1~5분위)했을 때 중간층에 해당하는 3분위 계층의 적자가구 비율은 25.8%로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1분기 전국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38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지만 물가수준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0.9% 감소했다.
◆교통비 식료품비 '눈덩이'
적자가구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물가와 전셋값 급등이다. 특히 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눈에 띄게 급증한 항목은 교통비로 11.5% 늘었다. 올 들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나들면서 차량 운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커졌다.
식료품 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연초 농산물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식료품 · 비주류음료 지출은 8.4% 늘었다.
주거 · 수도 · 광열비는 3.9% 올랐다. 전셋값 상승 여파로 주거비는 2.0% 올랐고 연초 이상 저온에 따른 전기요금과 도시가스비 상승으로 연료비 지출은 5.6% 증가했다.
◆건강보험료도 '폭탄'
가계 지출이 늘어난 데는 각종 세금과 '준조세'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이다. 가계의 1분기 사회보험 지출은 월 9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국민연금이나 기여금 등 각종 연금 지출도 월 9만8000원으로 5.6% 늘었다.
경기 회복으로 고용이 늘면서 자연히 소득세도 따라 늘었다. 소득세와 자동차세 등을 포함한 경상조세 지출이 월 10만6000원으로 12.5% 늘어난 게 단적인 예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은 11.7% 급증한 월 8만1000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과 11월에 이어 올해 1월과 3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연 3.0%로 올리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937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이자 부담이 9조3700억원 늘어난다는 얘기다.
소득만으론 지출 감당이 힘들어지면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는 가구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비가 3.0% 줄어든 게 이를 방증한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교육비는 웬만하면 줄지 않는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정규교육(-4.7%)과 사교육에 해당하는 학원 · 보습교육(-2.6%) 지출이 모두 감소했다.
◆서민 · 중산층 적자 비중 커져
물가 상승과 이자 부담,전셋값 불안은 서민층을 넘어 중산층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5등분(1~5분위) 했을 때 적자가구 비율은 최하위 20%인 1분위가 62%,2분위가 36.5%로 모두 2008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최고였다. 또 중산층이 밀집한 3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25.8%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최대였다.
중상층에 해당하는 4분위와 최상위층인 5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각각 17.6%와 10.6%였다. 작년 1분기 적자가구 비율은 4분위가 17.8%,5분위가 11.4%였다. 전년 동기 대비 중상층과 최상위층은 적자가구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