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종 회의 때마다 기업인들을 불러내는 것이 도를 넘고 있다. 동반성장 수출 자유무역협정(FTA)등 회의의 주제와 성격을 가리지 않고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들이 동원되고 있다. 그것도 현장의 애로사항과 건의를 듣기는커녕 기름값이 오르면 오른다고, 내리면 내린다고 회의를 소집하는 식이다.

기업의 생존과 지속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CEO들에게 시간이 갖는 가치를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으로 활동했을 당시에 한 외신은 그가 길을 걷다가 100달러짜리 지폐를 발견하더라도 줍지 않고 그냥 길을 가는 것이 경제인다운 합리적 행동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좀처럼 기업인을 오라 가라 하는 사례가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의 CEO들은 시간을 더 금쪽같이 쓸 수밖에 없다. 기업경영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이런 형편에 정부 각 부처가 이런저런 행사에 수시로 불러낸다면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정치권에서조차 국정감사 등을 빌미로 참고인으로 나오라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상황이다. 정부행사에 CEO를 동원하는 것이 현장 중시요 기업과의 대화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정부가 기업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무언가를 요구한다면 그쪽의 요구도 들어주어야 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또 이 과정에서 쓸데없는 오해와 편견들이 생산된다. 바로 이 때문에 CEO를 불러낼 때는 그것에 적절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회의에 우르르 몰려다닌다고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