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게임이 한국시장을 공습하고 있다. 최근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닥터24시,해피 파머,트레인빌 등의 소셜게임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러시아의 소셜게임업체 아이젯미디어(I-Jet Media)는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소셜게임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여기에 러시아 최대 게임업체 아스트롬 엔터테인먼트는 CJ E&M과 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얼로즈온라인'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진출 첫주에 1위 올라

지난 4일 한국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한 러시아산 소셜게임 '닥터24시'는 단숨에 싸이월드 앱스토어에서 주간 순위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했던 병원을 직접 경영한다는 게임 내용을 앞세워 싸이월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래픽은 썩 좋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병원을 경영하는 데서 오는 긴장감이나 병원을 확장해나가는 재미,의사들의 레벨업을 통해서 새로운 기술을 익혀나갈 수 있는 점 등이 호평을 받았다.

온라인게임 얼로즈온라인도 그동안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재미를 앞세우고 있다. 이 게임은 '아스트럴'이라는 마치 우주공간과 흡사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 공간에서 이동을 하려면 만화 영화에 나올 법한 함선을 만들어야 한다. 함선을 움직이기 위해선 항해사,조타수가 있어야 하고 전투를 위해선 포병,수리병 등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다른 유저들과 협력해야 하는데 여기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남궁 훈 CJ E&M 게임부문 대표는 "러시아는 과거 세계적인 히트작 테트리스를 만들 정도로 저력을 갖고 있다"며 "최근 러시아 게임들이 세계시장의 주목을 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유저들이 러시아 게임에 대해 별로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도 러시아 게임 인기의 한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을 배운 개발자들이 현재 러시아 게임업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의 게임 풍토를 잘 알기에 한국 유저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다.

◆검증된 게임들만 들여와

국내에 진입하고 있는 러시아 게임들의 공통점은 현지에서 충분히 검증을 거쳤다는 점이다. '얼로즈온라인'은 러시아 및 동유럽 지역에서 인기 1위에 올랐던 게임이다. 이 게임은 자국의 인기를 바탕으로 최근 한국뿐 아니라 일본,대만,미국 등에도 진출했다. 소셜게임 '닥터24시' 역시 러시아의 현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가 많았던 게임 중 하나였다.

김영을 SK컴즈 오픈플랫폼 팀장은 "러시아에서는 페이스북 사용자층이 한국보다 먼저 형성됐고 자체적인 SNS가 발달하면서 소셜게임에서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넓은 저변을 확보해 놓았다"며 "이들은 소셜시장이 초기단계에 있는 한국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무척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게임들의 잇따른 진출로 국내 게임업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러시아 소셜게임들의 잇따른 한국 진출은 한국 소셜게임의 경쟁력이 취약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