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년간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는 양호했다. 2002년 5조8000억원(아모레퍼시픽 자료)에 달했던 화장품시장은 2003~2004년 '카드사태'를 거치면서 규모가 줄기도 했지만,2007~2009년 3년 동안 연 10%씩 몸집을 불렸다. 성장세는 작년에도 이어져 시장규모가 7.8% 커졌다.

지난해 화장품산업은 주로 외부적 요인이 성장을 이끌었다. 원화 평가절하(환율상승)로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수입제품들의 전반적인 가격인상(평균 약 20%)이 외형확대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뿐만 아니라 판매량 증가도 지속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구매가 크게 늘었고,해외여행 활성화로 면세점에서의 판매가 급격히 증가하는 국면이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브랜드숍 뜨고 전문점 지고

2007~2010년의 화장품 시장 성장기에 유통채널 별로 명암이 갈렸다. 전문점 카테고리에 속하는 브랜드숍은 3년간 연평균 21.4% 성장세를 보였다. 판매액이 2005년 5000억원대에서 작년에는 3배 이상 불어난 1조7000억원에 달했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과 에이블씨엔씨의 미샤,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및 같은 계열사인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등이 뚜렷한 성장을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일반 전문점 채널은 급속히 위축되면서 2005년 8400억원이던 시장이 작년 28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백화점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2004년 1조원에 머물던 백화점 프리미엄 채널은 2007~2010년 연평균 17%씩 증가해 2조원에 육박했다. 화장품시장 안에서 26%의 비중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채널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또 다른 프리미엄 채널인 방문판매 시장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점유율이 90%를 웃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웅진코웨이 등 신규 업체들이 잇따라 진출해 방판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올해 나타날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 시장 성장은 6~7% 전망

환율효과가 마무리되면서 올해 성장률은 6~7%로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3년보다는 성장성이 낮아지겠지만,급팽창하는 유통채널에서 입지를 잘 구축한 회사는 여전히 점유율 확대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판매 채널은 브랜드숍이 젊은층의 소비를 끌어가고 신규 업체들이 방판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 판매 외에도 비타민 같은 뷰티 푸드,관리 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백화점 부문은 지난 3년간 고성장을 지속해 온 탓에 올해는 외형확대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외산 중 · 저가 신규 브랜드들의 활약에 힘입어 안정적인 확장은 지속할 전망이다.

일반 전문점은 프랜차이즈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 브랜드숍은 주요 상권이 포화상태여서 추가 출점보다는 기존 고객 관리에 중점을 두고,일부 부진한 브랜드숍은 경쟁심화로 인한 철수도 예상된다. 할인점은 유통 출점 규제 강화로 신규점포 개설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수입산 및 고가 브랜드들도 서서히 할인점 내 매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 LG생활건강 '양강'체제 강화

올해는 대형사들의 시장지배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2009년 더페이스샵 인수로 매스 채널부터 프리미엄 채널까지 라인을 구축한 2위 LG생활건강의 양강체제가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두 회사의 합산 매출 증가율은 시장 증가율보다 높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총 61%에 달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계열사를 통해 운영하는 저가 브랜드숍과 온라인채널 등 지금은 점유율이 낮지만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유통채널에 집중하고 있어 국내 화장품 매출이 10.2%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LG생활건강도 신규업체 진출에 대응하며 방판시장에서 선전할 것으로 판단된다. 백화점 채널에 새 브랜드 입점을 가속화하고 있고,프리미엄 채널의 외형 증가와 이익개선도 나타나고 있다. 인수한 더페이스샵을 통한 중국 진출 작업도 '마스터 프랜차이즈'라는 전문 유통업체 선정을 완료하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회사의 올해 국내 화장품매출은 11.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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