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인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모양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정부가 소유한 기업에 대해서는 95% 이상의 지분을 사지 않아도 되게 특례를 만들거나 유사한 내용으로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금융지주사들도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56.97%) 매각 입찰에 나설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산업자본이 금융지주 지분을 9%까지 살 수 있는데도 의결권 공동 행사가 문제된다며 아예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비금융 기업들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했던 우리금융의 발을 묶어 놓겠다는 것과 다를게 없다.

KB금융과 신한금융,하나금융 등은 우리금융을 인수할 뜻이 없는 상황이고 보면 이번 조치는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해 메가뱅크(대형 은행)로 전환하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시행령을 고치고 우리금융이 손 쓸 여지를 없애면 산은금융만 유리해질 것이 뻔하다. 정부가 우리금융을 산은금융에 몰아주려고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는 우리금융지주의 독자 민영화론과 마찬가지로 산은금융지주의 추진 방향 역시 옳은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우선 금융위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내세우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즉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조기 민영화,금융산업 발전에 모두 맞지 않는다. 민영화라는 취지만 보더라도 그렇다. 정부가 100%의 지분을 가진 산은금융지주가 또 다른 정부 소유의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주인을 찾아주자는 민영화의 본뜻에 부합한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산은금융 측은 우리금융을 인수한 후 합병해 대형 은행을 만들면 정부 지분이 50~60% 수준으로 줄게 돼 두 금융지주를 동시에 민영화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순히 주식 일부를 증시에 풀어놓는다고 해서 민영화라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현 상태로는 두 금융지주 모두 인수자가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묘안을 찾지 못하는 한 민영화가 마냥 지체될 우려도 크다. 그렇지만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마찬가지로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도 일시적 관리자에 불과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정부가 원전사업 등에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전직 관료를 내려보내 직접 은행업을 영위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규칙을 만드는 정부가 편파적으로 법령을 바꾸면서까지 억지 민영화를 하려 든다면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