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자신이 투숙했던 맨해튼 호텔 청소부를 성폭행하려던 혐의 등으로 체포돼 기소된 사건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리스 추가 구제를 비롯한 유로 재정 위기를 진화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타격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IMF는 스트로스-칸이 기소 인정 여부 절차를 밟기 위해 15일 오후(이하 현지시각) 뉴욕 법원에 출석한 뒤 "몇시간 안"에 총재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한 가운데 존 립스키 수석 부총재를 총재 대행으로 한 비상 체제를 구성하고 비공식 집행 이사회를 긴급 소집했다. 이런 가운데 16일 룩셈부르크에서 소집되는 유로 17개국 재무장관회담에서 IMF 및 유럽중앙은행(ECB)과 공조해 그리스 추가 구제 여부 등을 주도적으로 논의할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15일 독일 ARD-TV 회견에서 "IMF가 큰 조직이며 (스트로스-칸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전가동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그리스 사태) 해결책이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P는 IMF가 유로 재무장관회담에 스트로스-칸을 대신해 네마크 샤피크 부총재를 참석시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 신문 가디언은 15일 인터넷판에서 그리스가 스트로스-칸 사태로 인해 채무위기 해결이 지연될 것임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스트로스-칸이 그간 '그리스가 이탈하면 유로가 와해될 수 있다'면서 IMF와 EU가 그리스를 추가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해온 점을 상기시켰다. IMF와 EU는 지난해 그리스에 모두 1천100억유로를 지원키로 하고 단계적으로 지원금을 인도해왔다. 그리스의 루카 카트셀리 노동사회보장장관은 이번 사태가 그리스 위기 조기 해결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것이라면서 "해결이 늦어질수록 그리스의 (차입 부담 등)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모두 3천400억유로의 채무를 가진 그리스가 이달 들어 '추가 지원이 없으면 곧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유로의 채무를 차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인한 점을 상기시켰다. 이 때문에 그리스 추가 지원을 강력히 지지해온 스트로스-칸이 이런 결정적 시점에 IMF에서 물러나는 것이 그리스에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피라우스대의 경제분석 전문가 테오도르 펠라지디스 교수도 가디언에 "IMF가 스트로스-칸 체제에서 EU나 ECB에 비해 그리스 사태에 더 융통성을 보여왔다"면서 "그가 사태의 성격을 더 정확하게 이해해왔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현재 아테네에서 IMF-EU-ECB 대표단이 그리스 상황을 추가 점검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스트로스-칸이 빠지는 상황에서 그리스가 강하게 저항해온 부실 국영기업 민영화 압박이 더 강해질 것으로 관측했다. 로이터도 15일 스트로스-칸 이후의 IMF가 그리스 사태 해결을 포함해 향후 유럽 문제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지 모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분석기사에서 스트로스-칸 이후의 IMF 총재가 유럽인이 아닐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유로 유지에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트로스-칸이 그간 신흥대국들의 입김이 현실적으로 강화되는 쪽으로 IMF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온 점도 상기시켰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해 IMF와 EU가 그리스를 지원키로 합의한 후 자금을 단계적으로 전달해온 점을 상기시키면서 '다음번 구제금 인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가 시험대'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스트로스-칸이 독일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로 재정 위기국들의 차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통합 유로채권 발행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점도 상기시켰다. BGC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뷰익 시니어 파트너는 로이터에 "스트로스-칸 사태가 IMF의 경제 구조 개혁 작업을 크게 저해하지는 않을 테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