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회 '비효율의 덫'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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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국회 회의 앞서 인식 전환을…자율과 견제의 선진화 시급하다
세계 경쟁력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이 작년 12월에 공개한 '2010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8.11점으로 20위를 기록했다. 2008년 8.01점으로 28위를 기록했을 때보다 8계단 상승한 것으로 일본을 넘어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로 등극했다. EIU는 2년마다 선거절차와 다원성,정부기능,정치참여,정치문화,시민의 자유 등 5개 세부 항목으로 각국의 민주주의 지수를 평가한다. 한국은 2회 연속 평균 8점을 넘어 '완전한 민주주의'국가로 평가 받았다.
이런 위상에 걸맞게 한국이 '2011 서울 주요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5월19~20일 · 국회의사당 중앙홀)를 개최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독재와 권위주의 부패 등으로 국가 발전이 지체되고 있는 신생 국가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1950년대 영국의 한 언론은 "한국의 민주화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길 바라는 것과 같다"고 혹평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전쟁과 가난,독재를 이겨내고 60여년 만에 민주 국가로 성장했다. 제헌국회부터 지금까지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발전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신생국 등에 귀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우리 국회에서 세계 각국의 국회의장들과 국민 대표자들이 함께 글로벌 과제를 논의한다는 건 대한민국의 위상과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국민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다. 셋째,한국 의회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이번 회의는 '공동 번영을 위한 개발과 성장'이란 주제를 내걸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동반성장을 위한 국제 공조와 의회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그동안 한국 의회 정치의 한계로 지적돼 왔던 고질적 악습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선진 의회 민주주의 국가들의 의사 진행 과정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국회 선진화 모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가 가져올 이런 기대 못지않게 한국 국회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의회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동등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회에 구속력 있는 법을 제정하는 회의체이다. 한국 의원들은 자신이 대통령,당 대표와 똑같이 국민을 대변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란 인식이 약하다. 의원들의 자율성이란 의원 개개인이 어느 정도 동등한 자격을 갖고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가를 의미한다. 의원들이 자율성을 갖고 소신 있게 의정활동을 해야 국회 선진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
더불어 의원들 사이에서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건강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한국 국회의 입법과정은 '행정부 대 입법부'라는 관계 속에서 수행되기보다는 '정부 · 여당 대 야당'이라는 구도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의회라는 제도적 일체감을 형성해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회 운영 절차와 제도에 대한 개혁 이외에 성숙한 의회 민주주의가 구현되기 위해선 국회 내에 생산적인 불문율(informal rule)을 만들어야 한다. 불문율이란 '의회 과정에서 의원들의 행위를 규제하는 성문화되어 있지 않은 행동규범으로 의회 기능의 활성화,다변화,효율화를 제도화시키는 원동력'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상호호혜에 관한 불문율,의원 상호 예의에 관한 불문율,의원 긍지에 관한 불문율 등 다양한 수평적 불문율들을 갖고 있다. 특히 이런 수평적 불문율이 대통령제하에서 의회의 본질적인 기능이 여야 구별없이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해서 국정 운영의 안정을 가져오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를 계기로 그동안 한국 국회를 지배하고 있던 비효율의 덫에서 벗어날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기대한다.
김형준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
이런 위상에 걸맞게 한국이 '2011 서울 주요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5월19~20일 · 국회의사당 중앙홀)를 개최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독재와 권위주의 부패 등으로 국가 발전이 지체되고 있는 신생 국가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1950년대 영국의 한 언론은 "한국의 민주화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길 바라는 것과 같다"고 혹평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전쟁과 가난,독재를 이겨내고 60여년 만에 민주 국가로 성장했다. 제헌국회부터 지금까지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발전을 거듭했다는 점에서 신생국 등에 귀중한 경험과 노하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둘째,우리 국회에서 세계 각국의 국회의장들과 국민 대표자들이 함께 글로벌 과제를 논의한다는 건 대한민국의 위상과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국민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자긍심을 심어줄 것이다. 셋째,한국 의회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이번 회의는 '공동 번영을 위한 개발과 성장'이란 주제를 내걸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동반성장을 위한 국제 공조와 의회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그동안 한국 의회 정치의 한계로 지적돼 왔던 고질적 악습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선진 의회 민주주의 국가들의 의사 진행 과정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국회 선진화 모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가 가져올 이런 기대 못지않게 한국 국회도 스스로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의회란 선거를 통해 선출된 동등한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회에 구속력 있는 법을 제정하는 회의체이다. 한국 의원들은 자신이 대통령,당 대표와 똑같이 국민을 대변하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란 인식이 약하다. 의원들의 자율성이란 의원 개개인이 어느 정도 동등한 자격을 갖고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가를 의미한다. 의원들이 자율성을 갖고 소신 있게 의정활동을 해야 국회 선진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
더불어 의원들 사이에서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이 건강한 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한국 국회의 입법과정은 '행정부 대 입법부'라는 관계 속에서 수행되기보다는 '정부 · 여당 대 야당'이라는 구도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의회라는 제도적 일체감을 형성해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회 운영 절차와 제도에 대한 개혁 이외에 성숙한 의회 민주주의가 구현되기 위해선 국회 내에 생산적인 불문율(informal rule)을 만들어야 한다. 불문율이란 '의회 과정에서 의원들의 행위를 규제하는 성문화되어 있지 않은 행동규범으로 의회 기능의 활성화,다변화,효율화를 제도화시키는 원동력'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상호호혜에 관한 불문율,의원 상호 예의에 관한 불문율,의원 긍지에 관한 불문율 등 다양한 수평적 불문율들을 갖고 있다. 특히 이런 수평적 불문율이 대통령제하에서 의회의 본질적인 기능이 여야 구별없이 행정부를 효과적으로 견제해서 국정 운영의 안정을 가져오게 하는 핵심 요인이다. 서울 G20 국회의장 회의를 계기로 그동안 한국 국회를 지배하고 있던 비효율의 덫에서 벗어날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기대한다.
김형준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