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소액으로 꾸준히 적립…목돈 투자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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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땐 펀드가 좋다
노후ㆍ교육자금 불리기엔 펀드가 '제격'
노후ㆍ교육자금 불리기엔 펀드가 '제격'
2009년 말 이후 랩어카운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은 열기가 조금 시들해졌지만 한때 랩어카운트에 자문을 맡고 있는 자문사들이 사는 주식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자 '7공주' '4대 천황' '7공자'와 같은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는 1960년대 미국에서 나타났던 '니프티 피프티(멋진 50개 종목)' 현상과 거의 흡사하다. 니프티 피프티는 당시 미국 증시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50개 종목만 오르면서 등장한 신조어였다. 하지만 시장의 역사적 경험이 말하듯이 아무리 좋은 주식도 많이 오르면 그 다음에는 떨어지는 법이다. 결국 니프티 피프티 종목들은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추락했다. 인기와 유행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니라 실패로 가는 길임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금융상품 선택 시 유의점
이런 실패를 피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먼저 상품의 본질을 잘 따져봐야 한다. 랩어카운트의 본질은 고객의 성향에 맞게 자산배분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맞춤형 상품이라는 데 있다. 어떤 형태의 랩어카운트든 이 본질은 피할 수 없다. 금융회사의 전문가들이 이런 맞춤형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일반 펀드에 비해 더 비싼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맞춤형이란 본질은 사라지고 '수익률 제일주의'로 흐르는 모습은 투자자들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조금 걱정스런 측면이 있다. 수익률 경쟁은 단기적으로 보면 좋은 결과를 낳는 것처럼 보이지만 니프티 피프티의 예에서 본 것처럼 장기적으로는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는 자문형 랩어카운트는 '규모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규모가 작을 때는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어쩔 수 없이 보유 종목 수를 늘려야 한다. 소수 종목에만 계속 투자할 경우 고평가 주식을 보유하게 돼 장기적으론 좋은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진다. 또한 보유 종목 수가 늘어나면 분산투자를 투자 원리로 하고 있는 펀드와 차별성이 없어질 가능성도 높다.
물론 비싼 수수료를 내더라도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랩어카운트가 좋은 대안이다. 하지만 투자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노후자금이나 교육자금과 같은 장기 목적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오히려 펀드가 더 나은 방법이다.
◆펀드 이래서 좋다
펀드는 소액이라도 가입 자격에 제한이 없어 투자자 입장에선 자금 부담이 없다. 일부 금융회사들에서 랩어카운트의 가입 고객을 늘리기 위해 투자 금액을 낮추었는데 고객의 수가 많아지면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컨설팅 서비스는 사라지고 일반 금융상품처럼 랩어카운트를 판매하게 되는 것이다.
펀드는 투자 지역이나 대상에도 제한이 없다. 현재 국내에서 출시된 대부분의 랩어카운트 상품은 국내 주식에만 투자하는 상품들이다. 자신의 여유자금의 상당 부분을 랩어카운트에만 투자할 경우 왜곡된 집중투자로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 커다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펀드는 국내외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고, 투자 대상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비하고 싶으면 원자재 펀드와 같은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펀드는 랩어카운트에 비해 투자 방법도 다양하다. 펀드 투자 방법은 크게 적립식과 거치식으로 나뉘는데,펀드는 언제든지 이 두 가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추가 납입도 용이하다. 물론 일부 금융회사에선 랩어카운트에 적립식 개념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는 맞춤형 상품이란 본래적 취지와는 맞지 않는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맞춤형의 본질은 자산배분이기 때문에 적립식과는 서로 조응할 수 없다. 적립식 투자는 시간 분산을 통해 투자 위험을 낮추는 방법이기 때문에 자산배분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다.
특히 노후자금과 교육자금과 같은 장기 목적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펀드가 더 좋은 투자 대안이 된다. 노후자금 등의 장기 목적 자금은 평소 꾸준히 적립을 해 나가는 방법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이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 형태가 이상적이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서구 사회에서도 노후자금 등의 장기성 자금은 맞춤형 서비스 상품이 아닌 일반 주식형 펀드를 통해 매월 일정액을 투자하는 방법을 통해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 몸에 맞는 상품이 최고
펀드와 랩어카운트는 서로 성격이 다른 금융상품이다. 각각 고유의 특성이 있고,운용 방식도 다르다. 단순히 수익률이란 잣대로 상품을 고르면 뜻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맞춤형 자산배분 서비스를 받고자 한다면 랩어카운트를,그렇지 않다면 굳이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랩어카운트를 이용하기보다는 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이 투자자들 입장에선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최고의 금융상품은 '내 몸에 맞는 상품'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투자할 때 처음으로 대하는 투자방식은 직접투자나 랩이 아닌 간접투자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401(k)라고 불리는 퇴직연금에 가입돼 자신도 모르게 사회출발시점이 펀드를 대하는 출발점이 된다. 이처럼 선진국에서 펀드는 개인의 생활에 밀접하다. 이렇게 접하는 펀드는 주식형 채권형 혼합형은 물론 여러 해외국가와 지역,섹터 등으로 다양하다. 다양한 생애목적에 맞는 내 몸에 맞는 상품을 고르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는 것이 펀드다. 물론 펀드투자 최고의 장점인 적립식투자로 얼마든지 분산가능하다.
이상건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