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축銀 6월 결산 이후가 더 문제다
영업 정지된 부산저축은행 그룹의 난맥상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금융감독원은 물론이고 감사원과 검찰까지 부실대출의 심각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눈감아 왔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돈인 예금보험기금으로 예금 대지급에 나서야 하는 허망한 사태가 재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오각성해 부실책임을 철저히 가리고 은닉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환수해야 한다.

남은 98개 저축은행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반기 중에는 추가 영업정지가 없을 것이라는 금융위원장 구두 보증의 시효도 곧 종료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 발언의 진의는 저축은행 결산이 6월 말에 이뤄지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저축은행의 6월 말 결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결산이 확정되고 공인회계사 감사보고서가 제출되는 7월 말 이후가 더 큰 문제다.

저축은행은 고객 예금을 가계 신용대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주로 운용하고 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의 연체비율은 10%를 넘나들고 있어 은행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PF 대출의 부실도 심각하다. 도급순위 상위를 유지하는 대형 건설사조차도 부실 PF사업에 대규모로 물려 법정관리 신청이 줄을 잇는 상황이다. 특히 자산관리공사가 저축은행 건전성 지원을 위해 3년 시한으로 인수했던 PF대출 대부분이 제대로 종결되지 못하고 저축은행에 반환될 예정이어서 대손처리 대상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회계원칙에서는 돌려받을 것이 확실한 부실채권은 이미 돌려받은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돼 있다. 저축은행 PF대출에 대한 엄격한 대손충당금이 적용되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다수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 원칙적으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자본잠식 저축은행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중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에 해당돼 감사기준에 따라 공인회계사는 감사의견 거절을 표명하게 된다.

지난 3월 상장법인이 거래소에서 대규모로 퇴출됐던 회계감사대란이 저축은행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상장법인의 경우는 상장폐지로 주식거래가 중지되는 제한적 충격으로 끝나지만 저축은행은 공인회계사 부적정의견 또는 의견거절이 알려지면 곧바로 예금인출 사태로 연결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검찰이 일부 공인회계사의 감사절차상 실수에 대해 법원에 의해 구속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됐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기소해 장기간 형사재판을 끌어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보수적 감사의견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과는 별도로 PF대출 처리방안을 6월 말 이전에 내놓아야 한다. PF 사업장 중에서 계속 진행할 것과 포기할 것을 구분하고 포기 사업장은 신속히 청산해 손실금액을 확정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애매한 상태로 끌고 가면 공인회계사들이 가장 보수적인 입장에서 대손예상액을 평가함으로써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저축은행이 늘어날 게 분명하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에 이송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재입법안 시행도 서둘러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를 신속히 판정하고 자금지원을 통해 PF사업 정상화를 앞당겨야 한다.

코앞에 닥친 저축은행 결산에서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철저한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일피일하다 6월 말을 넘겨 회계감사가 개시되면 사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기도 어렵고 때늦은 조치는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킬 공산이 크다. 저축은행 결산일 이전에 PF 사업장의 전망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