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하게 자라야 아토피 피부염 안걸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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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흙 묻히고 놀면 안 돼, 그래도 여자애가...”
6살 지윤이(가명·여아)가 땅바닥에서 놀고 있는 것은 보고 야단치는 지윤이 엄마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깔끔쟁이’다. 그러나 사실 처음부터 깔끔쟁이는 아니었다. 아이가 아토피피부염에 걸려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가능하면 세균감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서 그렇게 불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남편은 “아이는 더럽게 키워야 건강하다”라고 말한다. 지윤이 엄마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사실 이 같은 주장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의되는 이야기다. 바로 ‘위생가설’이다.
◆ 위생가설, 정말 근거 있는 것일까?
2008년 현재 118만명에 이르며, 절반 이상이 10세 미만 집중된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2000년 이후 급증한 환경성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깨끗하고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 주면 아토피 피부염이 없어질까? 많은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대는 것이 바로 ‘위생가설’이다.
깨끗한 환경에서는 오히려 신체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지저분하게 키워야 한다는 ‘위생가설’은 매우 파격적인 이론이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위생환경이 매우 좋아진 2000년 이후 급증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이 이론의 상당한 뒷받침이 돼 왔다.
최근 중앙대학교 의료진이 이 위생가설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화제다. 이 연구는 2009년, 2010년에 걸쳐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초등학생 1~2학년 2832명과 중학교 1학년 14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조사결과 초등학생 중 첫째라고 답한 아이의 71.71%, 둘째라고 답한 아이 중 59.85%, 셋째라고 답한 아이 중 38.89%가 아토피피부염 환자였다. 또, 중학생 중 첫째라고 대답한 학생 중 40%, 둘째는 30.45%, 셋째는 18.82%가 아토피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첫째아이들이 아토피에 잘 걸린다는 내용이지만 형제들과 어울리면서 자란 아이가 부모 아래서 귀하게 길러진 아이보다 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하늘마음한의원 서초본점 박성배 대표원장은 위 연구결과와 관련 “지나친 위생과 적은 가족수 등은 면역성숙과정을 늦춰 아토피 피부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과 접촉하고, 놀면서 어울려 지내는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사실은 굳이 환경가설이 아니더라도 명확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영유아 놀이교육기관 위즈아일랜드 관계자 역시 “실내에만 머물기보다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체험, 소풍 등 다양한 야외활동을 병행해 충분히 햇볕을 쬐고 몸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아이의 신체적 건강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 면역력, 갑자기 환경 바꾸기보다 한방으로 키워주자
아토피피부염이 면역관련 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생가설이 좀 더 신빙성을 얻게 된다. 즉, 다소 지저분한 환경에서 자라면 약한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생겨 아토피 피부염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 흔한 감기를 자주 앓은 아이가 커서 천식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물론 어느 날부터 갑자기 면역력을 키운다고 아이를 지저분하게 키울 수는 없다. 면역력에 취약한 아이라면 약한 바이러스에도 큰 병을 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차라리 면역력을 키우는 치료를 통해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하는 것이 좋다.
면역력이 약해 아토피피부염에 걸린 아이들의 경우 우선 내부 장기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의 경우 생후 1년 동안은 알레르기 면역이 키워지고, 이후 항바이러스 면역력이 키워지는데, 이 과정이 늦춰지는 원인이 신체 장기의 균형이 잘 맞지 않아서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경우 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장누수증후군’인데, 손상된 장 점막을 통해 독소와 분자량이 큰 영양소 등이 체내에 유입되는 것을 뜻한다.
물론 원인을 알았다고 해서 치료방법이 모두 같지는 않다. 특히 가정에서의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습관 개선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하늘마음한의원 박성배 대표원장은 “아토피 피부염은 농촌보다 도시에서, 후진국보다는 선진국에서 잘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며 “독한 약이나 연고를 통해서 우리 몸의 면역력을 억제해서 아토피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체질별로 체내의 환경을 개선시키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한방치료를 통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익경기자 ikjan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