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적 호조로 배당액 급증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지 않는 비상장사의 주식보유로 1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는 '슈퍼 배당부자'가 작년보다 2.3배나 증가했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올해 현금배당(중간배당 포함)을 결의한 1688개 12월 결산 비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달 말 현재 1억원 이상의 배당금 수령자는 지난해 237명보다 1.5배 가량 증가한 578명이었다.
이 중 2000억원을 넘은 1명을 포함해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배당부자는 지난해 6명보다 8명이 늘어난 14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올해 상장사에서 1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기록한 대주주 13명보다 1명이 많은 것이다.
이처럼 올해 고액 비상장사 배당부자가 속출한 것은 지난해 실적 호전의 틈을 타고 신규로 배당을 실시하거나 배당액을 과거보다 늘린 비상장사가 급증한 때문이라고 재벌닷컴은 분석했다.
하지만 비상장사의 특성상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데다, 고배당을 실시한 상당수 비상장사의 배당금이 순이익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 '과잉배당'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비상장사 배당금이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14명 중 절반인 7명이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받았고, 심지어 적자를 낸 회사의 대주주도 100억원대 배당을 기록했다.
♦ 2000억원대 '슈퍼 배당부자' 탄생
올해 비상장사 배당부자 중 최고액을 기록한 주인공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었다.
홍 회장은 본인 명의로 7.32%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코닝정밀소재에서 올해 2464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통틀어 국내 기업 사상 최고액이었다.
홍 회장의 배당금은 지난해 826억원보다 198%가 증가한 것으로, 올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상장사와 비상장사에서 지급받은 배당금 1346억원보다 1천억원 이상 많았다.
산업용 유리제조업체인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지난해 매출 5조4994억원, 당기순익 3조29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배당총액은 순이익보다 많은 3조3600억원이었다.
♦ '깜짝' 100억원대 배당부자
박의근 보나에스 대표이사와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은 올해 500억원이 넘는 ’깜짝’ 배당금을 기록했다.
박 대표이사는 의약품 도매업체인 보나에스에서 590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쟁쟁한 재벌 총수들을 제쳤으며, 지난해 무배당이었던 보나에스는 올해 순이익(229억원)의 2.6배를 배당했다.
또 고(故) 정순영 전 성우그룹 회장의 차남이자 범 현대가 출신인 정몽석 회장도 자신이 70%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종합금속에서 올해 56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 4천457억원, 당기순이익 385억원을 기록한 현대종합금속은 지난해 무배당에서 올해는 순이익의 배가 넘는 800억원을 대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1970년대 재계의 ’무서운 아이들’로 불린 율산그룹 신화의 주인공 신선호 센트럴시티 회장도 올해 229억원의 배당금을 기록하면서 비상장 배당부자 4위에 올랐다.
센트럴시티는 신 회장이 3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는 2006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부지에 호텔, 백화점 등을 건립하면서 흑자로 반전돼 올해 고배당을 실시했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엠코 등 비상장사에서 181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으며, 상장사 배당금 118억원을 합칠 경우 정 부회장의 배당금 총액은 300억원에 달했다.
정창무 KCM그룹 회장은 지난해 28억원보다 5배 가량 늘어난 166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 상위권에 올랐고, 박병구 모빌코리아윤활유 회장은 작년보다 18.5% 증가한 132억원을 기록했다.
♦ '숨은 알부자' 배당거부들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의 대주주 조금숙씨와 구본호씨 모자(母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27억원과 115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비상장사 배당부자 상위권을 차지했다.
범 LG가 출신인 조씨 모자는 현재 범한판토스의 지분 50.86%와 46.14%를 보유중이며, 이 회사는 지난해 736억원의 순이익을 남겨 250억원을 대주주에게 배당했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주)교원과 (주)교원구몬 등 2개 비상장 계열사에서 작년보다 20% 늘어난 123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숨은 알부자’의 명성을 입증했다.
일본 산요 프로젝터 수입업체인 유환미디어의 유영대 대표이사는 지난해 이 회사가 7억원의 적자를 냈음에도 전 년보다 12배 가량 많은 121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파리크라상 등 비상장사에서 116억원, 최연학 연호전자 회장이 105억원,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103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뒤를 이었다.
지난해 100억원 이상의 고액 배당금을 기록했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신창재 교보그룹 회장은 아직 배당을 확정하지 않은 3월 결산 비상장사 대주주여서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