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부실 감사를 놓고 정부 기관들끼리 때늦은 책임문제를 따지는 모습이 IMF금융위기 이후의 책임공방을 연상시킨다. 저축은행의 부실은 당연히 금감원의 부실이고 회계 감사의 부실이다. 그러나 이는 겉으로만 드러난 것이다. 부실의 원인(遠因)인 금융정책 전반에 과오는 없었는지부터 제대로 살피는 것이 옳은 해결책을 찾는 길이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답시고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을 키워온 것도 정부였고 각종 저축은행 규제를 완화하고 여신 한도를 높여왔던 것도 정부였다. 저축은행끼리의 인수 · 합병에 검사면제 등의 특혜를 준 것도 당국이었고 이미 드러난 부실조차 수년 동안 정치적 이유로 덮어왔던 것이 정부다. 지방의 토호들과 정치인들은 저축은행을 감싸고 돌았고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을 확대한다며 감시와 감독에 소홀해왔던 것이 오늘의 사태를 만들었다.

햇살론 등에 기금을 갹출시키고 말 잘듣는 저축은행은 면책해주는 식으로 검사 지침을 운영해왔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할 금감원 검사는 시류에 편승하는 금융위와 청와대 금융정책의 하위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사고가 터지자 우리에게도 검사권 달라며 보채는 한은이나 금융위 산하청단위로 개편하자는 방안이나 내놓는 금융위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