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치동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강남의 한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찾아 고민을 털어놨다. 부동산 경기가 앞으로도 별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많아 일부를 정리하고 싶은데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그가 택한 해법은 '리스크는 줄이고 수익은 바로 챙기는' 형태의 전환형 사모펀드.

담당 PB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블루칩 주식의 상장지수펀드(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사모펀드를 만들고 있으니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특징은 거치식과 적립식을 섞고,목표수익률(10%)이 달성되면 채권형으로 전환된다는 점.김씨는 10억원 중 우선 3억원을 거치식으로 이 펀드에 넣고,나머지 금액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추가로 넣기로 했다.
[강남부자는 지금] 10억 투자자 “시장이 불안”…3억은 전환형 사모펀드에
◆리스크 회피형 사모펀드 인기

주가가 고점을 찍은 뒤 당분간 횡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굴리려는 강남 부자들이 김씨와 같이 리스크 회피형 사모펀드에 돈을 넣고 있다. 박승호 국민은행 방배PB센터 팀장은 "얼마 전까지 큰 인기를 누렸던 자문형 랩 등은 최근 변동성이 커지면서 주춤한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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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들이 주로 찾는 사모펀드는 2~49인의 투자자가 공동 투자한 자금을 굴리는 형태로 운영된다. 은행 PB창구 등을 통해 공동 투자자를 모집한다. 이런저런 트렌드가 있으니 상품을 만들 수 있느냐고 자산운용사에 요청하면,운용사에서는 이들의 입맛에 딱 맞는 '맞춤형 사모펀드'를 만들어주는 식이다.

각 은행들은 최근 트렌드에 맞춰 주가 상승시 수익을 누리되,변동성에 따른 리스크는 가급적 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김씨가 든 사모펀드가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곧바로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은 예다. 김봉수 하나은행 대치동 골드클럽(PB센터) 부장은 "지금 주가지수는 거치식으로 돈을 넣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에 일부를 거치식으로 넣고 'KOSPI 지수가 3% 떨어지면 5% 추가매입' 등의 분할매수로 적립식의 효과를 보는 혼합상품들이 인기"라고 전했다.

이런 전환형 펀드의 약점은 약세장이다. 상승기에는 일정 수익률 목표를 금세 달성할 수 있지만 하락기엔 다르다. 김 부장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분할매수를 여러 번 한다 하더라도 '물타기' 이상이 되기는 어렵다"며 "만약을 위해 적절한 수준에서 손절매할 수 있는 하방 리스크 헤지 전략도 염두에 두는 게 좋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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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형 펀드 '빨간불'


반면 그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자문형 랩 등 압축형 펀드 수익률이 전처럼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퍼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200을 넘겼다가 6일 오후 2147까지 미끄러졌다.

압축형 펀드는 포트폴리오를 일반 펀드의 4분의 1 정도인 15개 안팎 종목으로 구성한 펀드다. 분산투자보다는 '몰빵'에 가까운 셈이다. 특히 화학 정유 자동차 등의 종목에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만약 이들 종목이 하락폭을 확대한다면 충격이 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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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팀장은 "불투명한 장세에서는 리스크를 줄이려는 수요가 늘게 마련"이라며 "압축형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보여줬지만 앞으로는 어떨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개포동 재건축으로 대표되는 강남 부동산 이슈는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김 부장의 진단이다. 그는 "개포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 문의가 많은 편이지만 매기가 붙지 않아 최근 보합 내지는 가격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며 "다만 자녀 증여 등의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두는 부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부동산 가격이 어느 정도 바닥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고 재건축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본인보단 자녀들에게 사주려는 목적 매입이 많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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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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