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오는 9월부터 방송할 미니시리즈 '빛과 그림자'의 최완규 작가는 회당 3800만원을 받기로 제작사인 케이팍스와 최근 계약했다. 최씨는 '올인'과 '주몽''아이리스' 등 히트작들을 쏟아낸 국내 최고의 남성 작가다. 지난해 시청률 40%에 육박했던 드라마 '자이언트'의 장영철 작가도 최근 이김프로덕션과 회당 3500만원에 신작 계약을 맺었다.

두 작가의 고료는 남성 작가 중 최고액이다. 그동안 남성 작가 중 가장 많은 고료는 최씨가 받았던 3000만원 수준이었다. 두 작가는 20부작인 이번 드라마에서 7억~7억6000만원씩 받게 된다. 전체 작가 중 20%에 불과한 남성 작가들은 굵직한 사회 · 역사적 사건을 다룰 줄 아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역대 최고 고료는 여성 작가인 김수현 씨의 회당 5000만원이다.

올 들어 드라마 작가들의 몸값이 폭등하고 있다. 4개의 종합편성방송(종편)이 연말께 출범할 예정이어서 제작사들이 작가 잡기 경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일부 연예기획사들도 이에 가세했다.

SBS가 9월부터 방영하는 미니시리즈 '뿌리깊은 나무'의 제작사로 선정된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업체 싸이더스HQ는 '선덕여왕'의 박상연 · 김영현 콤비와 회당 3000만원에 최근 계약했다. 이정명 원작소설을 옮긴 이 드라마는 훈민정음 반포 전 7일 동안 집현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다룬 사극.이 회사 소속배우인 장혁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2004년부터 매니지먼트에 주력해온 싸이더스HQ는 올 들어 '미안하다,사랑한다'의 이경희,'신데렐라 언니'의 김규완,'하늘이시여'의 임성한 작가와도 계약했다. 예능PD와 작가들도 영입했다.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의 이학열 PD,'이경규가 간다' 등의 은경표 PD,'토요스타클럽'의 성희성 PD,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의 이성은 작가 등이 그들이다. 이 밖에 5~6명의 작가 및 PD와 논의 중이다.

김종학프로덕션은 송지나 박경수 강은경 조정화 등 A급 작가 10명과 신진 작가 10명 등 20명을 확보했다. 삼화네트웍스도 김수현 문영남 조정선 강은경 이경희 등 20여명의 작가들에게 선투자했다.

SBS 관계자는 "작가 잡기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니시리즈 고료가 지난해보다 최소 500만원 이상 오른 회당 평균 2000만원 안팎에 책정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료가 폭등하는 것은 4개 종편의 출범에 따라 드라마 시장이 2배 정도 커질 전망이기 때문.종편들은 시청률을 올릴 킬러콘텐츠로 드라마를 지목하고 거액의 제작비를 제작사들에 제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작사들의 마진은 종전보다 2배 이상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상파가 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지불하고 나머지를 제작사의 협찬으로 채웠지만 올 들어서는 제작비의 80%를 부담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일부 종편들은 제작비의 100%를 부담할 전망이다. 판권 수익 배분율도 제작사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작가 모시기 경쟁은 제작비를 밀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안제현 삼화네트웍스 사장은 "작가뿐 아니라 배우들의 출연료도 올라 제작비가 20~30% 증가할 조짐"이라며 "종편들이 자리잡을 때까지 드라마 제작비는 날로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