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보 누출' 의혹 자초한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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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는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량,벤처,중견,신성장기업 등 4개 소속부 및 투자주의 환기종목 리스트 공개를 앞두고 있어서였다. 최대 관심사는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어떤 기업들이 지정될 것인가였다. '투자주의'로 분류된 상장기업들은 특별관리를 통해 이상 징후가 생기면 즉각 퇴출(상장 폐지)시킨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이들을 '퇴출예비리스트'나 '시한부 기업'쯤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당연했다.
그런 만큼 거래소는 명단 공개에 신중했다. 기사 마감을 앞두고 종목 숫자만이라도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요구도 외면했다. "당국에서 주의를 줬다"며 더 이상 묻지말라는 분위기였다. 장이 마감된 이후인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명단을 발표했다.
거래소가 발표한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33개.당초 외부용역을 통해 산출했던 100여개보다 훨씬 줄었다. 그 이유를 묻자 "올초부터 요주의 기업 색출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자정기능이 강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부압력으로 숫자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질문엔 "외압은 없었다"로 일관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33개 종목 중 5개 종목의 주가가 장 마감을 앞두고 급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투자자는 "관련 정보가 사전에 새 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대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분류됐다는 소문으로 약세를 보이던 주가가 장 막판 오른 종목도 있었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일부의 주장처럼 관련 정보가 미리 새 나갔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거래소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들다. 투자주의 환기종목 숫자가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의 주장대로 당국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리스트가 새 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머니 게임'이 이뤄지는 증시의 생명은 정보의 대칭성이다. 특정인만 특정 정보를 가진다면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수 없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거래소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손성태 증권부 기자 mrhand@hankyung.com
그런 만큼 거래소는 명단 공개에 신중했다. 기사 마감을 앞두고 종목 숫자만이라도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요구도 외면했다. "당국에서 주의를 줬다"며 더 이상 묻지말라는 분위기였다. 장이 마감된 이후인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명단을 발표했다.
거래소가 발표한 투자주의 환기종목은 33개.당초 외부용역을 통해 산출했던 100여개보다 훨씬 줄었다. 그 이유를 묻자 "올초부터 요주의 기업 색출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자정기능이 강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부압력으로 숫자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질문엔 "외압은 없었다"로 일관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33개 종목 중 5개 종목의 주가가 장 마감을 앞두고 급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투자자는 "관련 정보가 사전에 새 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대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분류됐다는 소문으로 약세를 보이던 주가가 장 막판 오른 종목도 있었다. 거래소는 이에 대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일부의 주장처럼 관련 정보가 미리 새 나갔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거래소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 또한 부인하기 힘들다. 투자주의 환기종목 숫자가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의 주장대로 당국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리스트가 새 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머니 게임'이 이뤄지는 증시의 생명은 정보의 대칭성이다. 특정인만 특정 정보를 가진다면 공정한 게임이 이뤄질 수 없다. 그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거래소가 의심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는 것 자체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손성태 증권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