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옥석 가리기를 위한 채권은행들의 신용평가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2천여곳에 대한 기본 신용위험평가를 지난달말까지 끝내고 세부 평가 대상을 추려내고 있다. 올해 세부평가 대상은 지난해(678개사)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들은 이렇게 선정된 업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6월말까지 A등급(정상),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C등급(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D등급(법정관리)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C등급을 받으면 채권은행과 경영정상화 약정을 맺고 자산 매각이나 인수·합병(M&A), 경비 절감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D등급으로 판정되면 법정관리 신청이나 채권단의 여신 회수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지난해에는 65개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됐다. 이중 C등급(부실징후기업)을 받아 워크아웃을 추진해야 하는 기업은 38개로, 업종별로는 ▲건설 9곳 ▲조선 1곳 ▲해운 1곳 ▲금속·비금속 제조 10곳 ▲전기전자 제조 5곳 ▲비제조업 5곳 이었다. 채권단의 자금 지원없이 경영정상화를 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하는 D등급(부실기업)은 7개 건설사와 2개 조선사를 포함해 27개였다. 문제가 있는 기업들은 이미 대부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만큼 올해 새롭게 선정될 업체수는 작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우량 건설업체들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구조조정 대상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초 선정된 37개 주채무계열(대기업그룹)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재무구조 평가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주채권은행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계열을 대상으로 이달말까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약정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약정을 맺는 대기업그룹은 계열사나 보유 자산 매각을 통한 군살빼기와 유상증자 등 자구노력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을 거부하는 기업에 대해 은행들이 공동으로 제재에 나섰지만 올해부터는 개별 은행들이 자체 기준에 따라 제재에 들어갈 방침이다. 작년에는 41개 주채무계열 가운데 8곳이 채권단과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지난 연말 시한 만료로 올해 1월1일부터 폐지됐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재입법됨에 따라 채권단의 옥석가리기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도 최근 채권은행들에 대해 기업 구조조정을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전달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5개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대기업이 계열사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확약서를 제출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감안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때는 개별기업의 고유 상환능력을 바탕으로 엄정하게 평가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재홍기자 jhjeo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