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1차 협력업체인 범우는 지난해 아이디어 하나로 6억5000만원을 포스코로부터 받았다. 이 회사는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 프로그램에 참여해 고품질 압연유를 포스코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생산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자 현금이 보상으로 돌아왔다. 납품 단가도 올랐고,3년 장기 계약권까지 따냈다. 최대영 범우 사장은 "성과공유제의 최대 장점은 기여한 만큼 이익이 돌아오고,실패하더라도 연구 · 개발비를 보상해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주장하고 있는 초과이익 공유제(profit sharing)에 대해 대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협력업체의 기여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점이다. 이런 이유에서 기업들이 대 · 중소 상생으로 주목하고 있는 대안이 성과공유제다.

◆성과공유제 작동원리는 '동기 부여'

초과이익 공유제가 '시혜적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성과공유제는 이익을 만드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부품 품질을 높이고,공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등의 활동을 공동으로 수행하고,이를 통해 이익이 나면 그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익공유제는 주주 배당과 개념이 비슷하다. 기업이 영업이익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면 주주에겐 배당으로,임직원들에겐 성과급 형태로 이익을 나눠주는데 적용 대상을 협력기업으로 확대하자는 취지다. 실행 방식은 협력기업 기여도 등을 평가해 '동반성장기금'을 조성한 후에 협력기업 생산성 향상,기술개발,고용 안정 등에 사용하는 식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장기적으로 세제 지원 등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력업체를 주주,임직원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협력업체가 대기업의 성장에 필수적인 존재인 것은 맞다 하더라도 운명 공동체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성과공유제는 기본적으로 작동원리가 다르다. '동기 유발'이 가장 중요하다. 협력업체는 이익을 나눠 갖기 위해 품질 개선과 공정 효율성 향상 등 이를 증명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포스코는 재무 성과가 발생하면 절감 금액의 최대 50%를 보상하고,3년 장기 계약권을 부여하고 있다. 공급사 평가 때 가점도 주고,공동 특허 등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성과공유제 프로그램은 2004년 포스코를 시작으로 작년까지 84개 기업이 도입했다. 해외에서는 1959년 도요타가 처음으로 적용한 후 다임러크라이슬러,델파이 등 미국 유럽 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의 실험

포스코가 성과공유제를 국내에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해도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협력업체는 12개였다. 혁신과 품질 개선을 위해 제출된 과제도 35개에 머물렀다.

6년 만인 지난해 참여 기업은 10배가량인 137개로 늘어났다. 협력업체로부터 쏟아진 아이디어도 275개로 급증했다. 지금껏 포스코가 성과공유제에 따라 협력업체에 보상한 금액은 총 402억원이다.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포스코 관계자는 두 가지를 꼽았다. 성공 사례가 등장하면서 이를 따라하려는 기업들이 늘었고,무엇보다 대 · 중소기업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점이 입증됐다는 얘기다.

창명전자도 포스코의 성과공유제로 혜택을 입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산업용 장비를 개발,생산하는 창명전자는 2009년까지만 해도 시황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했다. 중장기 기술개발 투자나 인력 양성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09년에는 매출이 3억원에 불과해 임직원 임금을 제때 지급하기에도 벅찰 정도였다.

그러던 창명전자가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작년 6월 포스코와 손을 잡으면서부터다. 포스코가 제철소 안에서 쇳물을 운반하는 기관차 원격운전 장치의 개발을 이 회사에 구매 조건부로 맡긴 것이 계기다. 필요한 기술과 인력도 지원했다. 결국 7개월간의 노력에 힘입어 제품을 개발한 창명전자는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4배인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 매출 목표는 41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 성과공유제

benefit sharing.대기업이 협력사와 함께 원가 절감을 위한 공정 개선과 신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이 같은 협력 활동의 성과를 나누는 방식.초과이익 공유제의 애초 취지는 대기업이 일정분을 넘어서는 이익을 냈을 때 협력사와 나누라는 것으로 성과공유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박동휘/이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